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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가관이 문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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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가관이 문제다(2)

입력
2008.05.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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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이는 2월 21일자 이 난에서 취임 전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관을 문제 삼은 적이 있다.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광우병 파동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그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경시한 졸속 협상이 문제의 근원인데, 이렇게 된 까닭은 여러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먼저 국민 건강이나 생명보다는 장사의 이문을 먼저 생각하는 현 정부의 철학 아닌 철학이 문제다. “이번 협상 타결로 소비자들이 양질의 쇠고기를 값싸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함축한다. 그 고기가 위험한지 아닌지는 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대체 누구를 ‘섬기는 정부’인가

또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충대충’과 ‘설마 설마’의 심리가 문제다. 대통령도, 협상 당사자도 이를 떠받드는 보수 언론도 “설마 광우병 걸리겠어? 확률이 낮아”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괴담’이니 ‘유언비어’니 하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안전 불감증은 우리가 아직도 후진국 티를 벗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졸속 협상에는 대통령이 자랑 삼는 특유의 밀어붙이기도 작용했다. 여러 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비효율이고 타기해야 할 ‘정치적’인 낭비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밀어붙인다, 그것이 CEO 리더십이다. 이런 생각으로 밀어붙인 졸속 협상을 졸속이 아니라 추진력으로 착각하고 자랑스러워 했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국민을 깔보는 심리가 있다. 국민들이 와글와글 떠드는 것은 무엇을 몰라서이거나 누군가에게 선동 당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헛소문에 휩쓸린 철없는 아이들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이 협상 내용도 제대로 못 챙긴 사람들보다 더 수준 높아 보인다. 정부는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고 공언하였는데, 국민이 정부를 섬기는 것인지 정부가 국민을 섬기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이 미국을 섬기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저자세 사대주의 외교가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둘러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게 했다. 부시에게 바칠 선물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대신 그는 무슨 선물을 받았을까? 이번 쇠고기 내주기 사건에는 협상이라는 말조차 쓸 수가 없다. 정말 협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만 나오면 한 수 접고 들어간다. 국익이니 뭐니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해 보지만, 앞에만 서면 저도 몰래 작아지는 열등 콤플렉스가 문제의 근원이다. 국익에 대한 계산도 그런 콤플렉스의 세탁을 거친 계산일 뿐이다. 그러니 미국의 진정한 협상 조건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볼 ‘정신적’인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 앞에서는 그저 허둥지둥 심리 상태가 될 뿐이다. 마치 존귀한 사대부의 위엄 앞에서 이것저것 따질 엄두를 못 내는 소금 장수처럼.

놀랄 만큼 허술한 쇠고기협상

동물 사료 조건을 오히려 완화한 미국 측의 조치를 정부가 잘못 알았든지 아니면 제대로 알고도 국민을 속였든지, 한 국가의 외교 협상이 이렇게 허접할 수 있다니 충격 그 자체이다.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저자세 외교, 대충대충 안전 불감증, 밀어붙이기, 국민 깔보기가 복합되어 일어난 사건이다.

그 근저에는 대통령과 정부의 의심스러운 국가관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 생명에 직결되는 일에서 검역 주권을 송두리째 포기한 사태는 최고 통치자의 박약한 주권의식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는 부시의 친구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임을 명심하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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