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쇄신이자 최고 경영진의 전면 세대교체다.”
삼성 전략기획실 윤순봉부사장은 이번 삼성 사장단 인사 배경을 ‘쇄신’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건희 회장 사퇴 등 주요 경영진의 퇴진과 특검 여파 등으로 회사가 흔들리는 시점에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변화의 물결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삼성전자 사장단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결정한 이번 인사는 윤종용 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영 2선 퇴진을 비롯해 이윤우 대외협력 담당 부회장의 총괄 대표이사 발탁 등은 당초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인사다.
윤 부회장은 12년동안 총괄 대표이사를 맡아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삼성의 대표적 전문 경영인인 만큼 이번 퇴진은 의외라는 게 그룹 안팎의 반응이다. 그만큼 삼성이 사장단 인사를 통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고육책을 쓴 셈이다. 여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세대 교체 포석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외협력담당을 맡아 핵심에서 비켜선 인물이라는 평을 받아온 이 부회장의 발탁 역시 예상밖이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기술총괄도 했고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며 글로벌 거래선과의 친밀도 등을 감안했을 때 가장 적임”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대외협력담당을 맡게된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과 기술총괄을 맡은 황창규 반도체 사장의 이동도 주목할 만 하다. 두 사람의 인사는 ‘기술의 삼성’을 강조해 온 삼성전자의 기술 지상주의 인사를 대표하고 있다.
이기태 부회장은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정보통신총괄 사장에서 물러나 기술총괄로 옮기면서 사실상 핵심에서 한 발 비켜 선 인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윤우 부회장이 총괄 대표이사로 옮기면서 주요 요직으로 부상한 대외협력담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황 사장 역시 사실상 영전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반도체 사업을 놓는 대신 삼성의 미래를 걸머진 기술총괄을 맡으면서 다른 사업부문장들보다 차기 총괄 대표이사를 위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반도체총괄을 맡게 된 권오현 시스템LSI사장은 11년간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두루 거친 반도체 전문가여서 향후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전담하는 신사업팀을 강화하기 위해 임형규 종합기술원장 겸 신사업팀장을 신사업팀장만 전담하도록 하고 종합기술원장 후임은 추후 물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룹 전체를 놓고 보면 ‘쇄신’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일부 계열사 사장들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룹 전체에 변화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략기획실 윤부사장도 인사의 폭을 “중폭”으로 한정지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9월부터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만큼 큰 폭으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그룹을 흔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금주 말이나 내주 초로 예정된 임원 인사도 큰 변화보다는 예년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승진 위주의 임원 인사는 예년 수준인 400명선이 될 것”이라며 “이후 이달 말께 계열사별로 본격적인 조직 개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행보는 임원 인사 보다는 이달 말로 예정된 조직 개편때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사장단 인사를 마지막 작품으로 해체되는 전략기획실은 계열사별 조직 개편이 마무리 된 이후인 다음달 말에 해체 및 개편될 전망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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