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발표되자 일선 학교에서는 오히려 학내 부패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교육청이나 학교가 자율화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제대로 된 교육정책이 학교에 반영되겠느냐는 의문이 나오고있다. 대부분 교사와 전문가들은 'NO'라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무엇이 학교와 지역교육청의 자율화를 가로막는가?
먼저, 교육청이나 학교내 의사결정구조의 폐쇄성이다. 국가청렴위원회의 ‘2007년도 청렴도 측정’결과 유독 시ㆍ도 교육청은 청렴도가 2006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관련 부처의 부패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적 감사 시스템의 미작동과 의사결정 구조의 부재 때문이다.
둘째, 지역 교육청이 교육정책 기획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지금껏 지역 교육청은 지시나 보고 공문 그리고 시범학교 문제 등을 빌미로 일선 학교에다 땜질식 대책을 요구해왔다. 이는 교육청 단위의 ‘교육정책기획 능력 부재’나 ‘책임회피’ 때문이다. 최근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내 성폭력 사태에서 보듯 학교장이나 교육청 단위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시의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였고,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에 합리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책무성 부족으로 나타나고 왜곡된 학교 교육정책으로 드러난다. 일례로 교육청이 각 학교에 무더기 공문을 내려 보내 왕따 및 학교폭력근절 방안의 제출을 요구하지만 정작 교육청 차원에서는 구체적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셋째, 왜곡된 교장 승진제도다. 내적 제어장치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마련이 급선무라고 본다면 교육청의 지시와 통제에 순응적인 교사가 되지 않는 한 승진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교장공모제의 전면 확대, 학교 내에서의 자율적 교장 선임을 통한 학교 자율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이다.
이 세 가지 선결 과제의 해결 없이 학교 자율화는 자칫 ‘공룡 지역 교육청’의 교육권력 독식, ‘뽀빠이 교장’의 학교 장악력 강화를 통한 학교의 교육청 종속화만 강화할 것이다. 나아가 교장 주도의 학교 간 성적 경쟁은 오롯이 학부모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교내외 사교육비 부담 가중은 물론, 학교의 학원화를 통해 ‘잠들지 않는 학교와 학생’만 양산하고 공교육 파괴와 ‘학교의 학원화’만 부채질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황선주(교육비평가ㆍ 대구 대곡고 교사)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