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홀로 남겨져 과자 한개를 손에 쥔 채 배고픔에 떨며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이 나는데, 음식칼럼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됐으니 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것일까요.”
세살 때인 1973년 인천 신포시장에 버려졌다가 미국 뉴올리언스의 가정에 입양된 뒤 현재 100만명 이상이 구독하는 미국의 리빙 매거진 ‘커티지 리빙’의 음식담당 편집장을 맡고 있는 김순애(38)씨가 자전적 에세이 <서른 살의 레시피> (황금가지)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한국에 왔다. 책은 새로운 가족의 보살핌 속에 자라나 영어, 프랑스어, 스웨덴어에 능통한 음식컬럼니스트가 되고 한 때 스웨덴에 살면서 17살 연상의 유부남 프랑스인 사업가와 동거하고 헤어지는 등 신산한 김씨의 인생행로를 음식이야기와 함께 소개한다. 서른>
김씨는 1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맛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다”며 “이 책은 평생 떨칠 수 없었던 ‘뭔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음식을 통해 찾아가는 일종의 술래잡기와 같은 책”이라고 말했다. 책의 원제는 ‘Trail of crumbs’(빵 부스러기의 흔적)으로 그림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이 빵부스러기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대목에서 착상했다고 한다. 책은 올초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되며 화제가 됐다. “내 인생을 음식에 비교하자면 루이지애나주, 프랑스, 한국의 음식을 섞은 맛일 것”이라는 김씨는 서울에 와 다양한 한국음식을 맛보았다고 했다. 개성식 보쌈김치, 순대, 떡, 수제비, 총각김치, 심지어 번데기까지 맛봤다. “이 요리들이 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니 감격적”이라는 그는 국내 한 방송사의 사람찾기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어제 한 남자가 연락을 해왔는데 혹시 내 오빠가 아닌지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생모와 만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남의 상황에 대해 판단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유년 시절 행복하지 않았지만 입양으로 인한 마음 한 구석의 상실감이 저를 작가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입양아가 아닌 나 자신으로 알려지고 싶다”며 “혹시 가족을 찾는다면 그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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