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로 예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고시를 잠정 보류할 방침이다.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이 공조해 펼치고 있는 재협상 압박이 만만하지 않은 데다 ‘쇠고기 파문’ 대응과정에서 정부 내 불협화음까지 드러나 국민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고시를 강행해 봐야 국민 이해를 구하기 어렵고, “국민과의 소통이 소홀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이 나온 마당이어서 고시 강행에 대해 한나라당이 느끼는 정치적 부담도 작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 고시의 잠정 보류는 체계적 대응을 위한 시간을 벌어 줄 수는 있을지언정,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수는 없다. 협상과정의 실수나 소홀에 책임이 있고, 사후 대처 과정에서 ‘네 탓’ 설전으로 비칠 수 있는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불신을 키운 핵심 관계자들을 문책하지 않고서는 ‘광우병 파동’을 제대로 수습하기 어렵다.
협상과정의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남으로써 국민의 실망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사후 대응에서 흐트러짐 없이 믿음직한 모습만 보여 주었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실망과 불신은 줄어들 수 있었다. 미국이 광우병이 재발할 경우 한국 정부의 수입중단 조치를 공식 양해함에 따라 ‘광우병 불안’의 최대 고리가 풀리기도 했다.
그러나 주무장관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꿀 먹은 벙어리같은 모습, 식품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얼빠진 듯한 발언은 협상과정의 부실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실마리가 되고 말았다. 정 장관의 경우 업무파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없다.
촛불시위에 나선 중ㆍ고생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 김 장관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기껏해야 제3자적 시각에서 정부의 설명과 국민의 수용자세를 싸잡아 본 것일 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사과와 반성을 담아내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앞으로는 빈틈없이 대처할 테니 믿어달라고 호소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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