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대응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잡았다.”
중국의 대지를 갈라놓은 30년만의 최악의 대지진이 오히려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을 뭉치게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예전과는 다르게 발 빠르고 투명하게 재난에 대처, 국내외의 호평을 얻고 있고 재난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결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터진 잇단 악재의 정점이었던 대지진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 중국 당국의 발빠른 대응 호평
12일 지진 발생 후 곧바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총력 구조’를 지시했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현장을 찾아 진두지휘하는 등 재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신속했다.
특히 인민해방군이 도로 붕괴와 악천후로 고립무원이 된 원촨(汶川) 지구에 200km의 산악행군으로 도착한 모습에선 인민해방군의 모태가 된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 향수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최근 사이클론 피해에서 보인 미얀마 군사정부의 늑장 대처뿐 아니라, 이전 중국 지도부의 재난 대처와도 선명하게 대조된다. 1976년 24만명의 희생자를 낸 탕산(唐山) 대지진 때 중국 지도부는 지진 피해를 무시하면서 외부 지원조차도 거절했고 2003년 사스(SARS) 파동 때도 피해 규모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칭화대의 구 린솅 연구원은 AP통신에서 “베이징의 대응이 너무나 빨라 놀라웠다”고 말했다
■ 관영매체 신속 과열보도 및 검열 없는 인터넷
그간 부정적 뉴스에 주저하던 중국 관영 매체도 이번은 달랐다. 관영 CCTV는 실시간으로 재난 방송을 내보며 유혈이 낭자한 희생자들과 울부짖는 가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티베트 시위 사태 당시 철저한 보도 통제로 외신들이 목격자 증언에만 겨우 의존했던 것과는 다르다. 실시간 속보를 쏟아내고 있는 관영 신화통신은 피해상황에 대해 혼선을 초래할 정도로 과열 보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현장 접근이 제한되기 일쑤였던 외신 기자들에 대한 통제도 없으며 인터넷에서도 현장 동영상이 넘치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한 검열도 거의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쉬 안빈 칭화대 미디어담당 교수는 “정부의 솔직함과 관영 매체의 열의에 깜짝 놀랐다”며 “중국 매체가 국제 기준을 따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 모금 성원 등 국민적 단결 분위기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일단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웹사이트에선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정부 대응을 비난하는 게시물이 나오면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은 지금은 닥쳐라!”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성금과 헌혈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청룽(成龍) 류더화(劉德華) 등 연예인들과 야오밍(姚明) 등 스포츠 스타들이 모금에 앞장서고 기업인의 거액 기부금 등으로 국민적 모금 분위기가 조성됐고 중국 전역의 헌혈 장소에는 시민과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 반전의 계기 잡은 중국 정부
원자바오 총리가 재난 현장 방문시 기자들을 대동하면서 구조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점 등에선 중국 지도부도 이번 사태를 국론 통일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듯한 모습이다. 싱가포르 동아시아 연구소의 다리 양 소장은 “중국 정부가 재난이 국민을 합치게 하고 정부를 지지토록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의 중국전문가 애덤 시걸은 “중국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 올림픽에 대한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카트리나 태풍 피해시의 미국 정부보다 더 잘 대처한다면,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서구스타일의 민주체제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좋은 정부라는 주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김민영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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