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안전을 위해 허용할 수 없습니다.”
14일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의 진앙 원촨(汶川)현으로 들어가는 두장옌(都江堰)시 민장(岷江)댐 앞에서 인민해방군 장교는 기자를 강하게 제지했다.
조금 전 원촨을 향해 출발한 병사들이 산에서 굴러온 돌에 다쳐 후송돼왔던 터라 깊은 산을 넘어서라도 그곳으로 가려 했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두장옌시에서 베이화링(百花岺)로를 통해 원촨으로 들어가려던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됐다.
산을 깎아 만든 2차로의 베이화링로는 바위덩어리가 떨어져 차량 1대가 겨우 다닐 만큼 좁아져 있었다. 도로 옆 민장에는 전날 내린 폭우로 황톳물이 거침없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뒤 원촨 피난민들이 물밀 듯 몰려왔고 중국 기자들이 이들을 상대로 원촨 상황을 취재했다. 보따리 하나 달랑 메고 온 피난민들은 공포와 수심, 피곤에 절어 있었다. 험한 산과 계곡을 넘느라 흙투성이가 됐다. 왕치앤천(42)씨는 지진 당시 침대에서 떨어져 다친 어머니를 들것에 싣고 왔다. 이웃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높은 산을 넘느라 큰 고생을 했다.
이들이 전한 원촨 상황은 끔찍하기만 했다. 원촨 바이화(白花)지역에 사는 옌(燕ㆍ24)씨는 “지진 발생 후 집 주위에서 시신을 목격했다”며 “바이화의 건물이 모두 붕괴됐다”고 말했다. 식수도 없고 죽으로 끼니를 때우던 그는 여진 때문에 이날에야 탈출했다고 한다.
피난민은 대부분 댐에서 도보로 5~10시간 거리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지역 주민들이다. 반대로 원촨현 중심지와 잉슈(映秀) 출신은 거의 없었다. 한 피난민은 “잉슈 등의 주민들이 그곳을 빠져 나오려면 우리 마을을 지나야 하는데 그곳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항공사진을 보면 잉슈의 가옥 90%가 전파돼 1,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두장옌에 도착한 피란민들은 외지의 가족, 친지에게 안전하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먼저 핸드폰 전원을 켰다.
이들과 달리 사지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인민해방군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그들의 발걸음을 차마 막지 못했다. 충칭(重慶)에서 일한다는 타오용(陶勇ㆍ38)씨는 “잉슈에 사는 부모, 아내, 아들 딸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울먹였다.
중국 정부는 피해가 극심한 원촨현 소재지와 잉슈 지역으로 병력을 증파하고 있지만 피해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이 골짜기에 흩어져 있어 정확한 상황과 피해 규모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촨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참극의 규모를 온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민장(岷江)댐=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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