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소도 웃을 일’이라는 속담은 꼭 요즘 허겁지겁 갈팡질팡하는 정부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지난 8일 한승수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이 알지도 못하고 길거리에 나온 것입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어린아이들이 나오는 것을 어른이 좋아하겠습니까?”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이런저런 불안감을 집회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뭘 몰라서 그러는 거라는 얘기다. 정말 뭘 모르는 소리다. 문제는, 사고는 자기들이 쳐놓고 죄 없는 국민에게 무식해서 그렇다고 윽박지르는 그 만용과 무지다.
■검찰과 경찰은 광우병 괴담이라는 것을 퍼뜨린 사람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기통신기본법 위반(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을 적용하자니 ‘공익을 해할 목적’을 입증하기 어렵고,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자니 명예에 먹칠을 당했다고 울고불고 하는 사람이 없다.
특히 중국인들의 폭력시위에는 얻어맞는 것으로 일관하던 경찰이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는 주동자를 색출해 엄벌하겠다고 호언하는 지경에 이르면 소가 웃을 일이 아니라 짖을 일이다.
■세상이 바로 되면 절로 사그라질 뜬구름같은 유언비어를 붙잡겠다고 허공에다가 주먹질을 해대지 않나, 촛불 좀 들고 모였다고 엄벌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는다. 지렁이를 용이라 하고, 구더기를 통돼지라고 하면서 용과 통돼지가 국가를 위협한다고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국가시책에 적극 호응해 드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앞서다 보니 국가기밀누설죄나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을 적용하는 게 그나마 설득력 있다는 실용적 발상은 꿈도 못 꾼다.
■‘작년에 쇠고기 협상 대응전략을 짜놓은 게 있다. 그런데 협상 과정에서 미국 말을 듣고 보니 거의 다 국제 기준에 어긋나고 비과학적인 얘기여서 미국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농림수산식품부 당국자의 이런 자해성 발언에 이르면 조두(鳥頭)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더구나 장관은 그런 전략문건이 있었는지도 몰라 얼떨떨한 표정만 짓고 앉았으니 더 할 말이 없다.
미국의 반론에 맥없이 찌그러질 비과학적인 주장을 대응전략이랍시고 짜놓고, 미국 측 핵심 문건은 번역을 정반대로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를, 미국을 믿어 달라니 참 안쓰럽다. 정부 주연, 상당수 신문 조연의 이런 난센스 코미디를 언제까지 시청해야 하나.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