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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향적 자세 어디까지…北핵시설은 포기, 핵무기는 안 내놓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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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향적 자세 어디까지…北핵시설은 포기, 핵무기는 안 내놓을 듯

입력
2008.05.1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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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에 플루토늄 핵 검증을 위한 완전한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1차 확인됐다. 북한은 특히 핵 신고서를 내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핵 검증 자료를 미국에 제공했다. 지리한 협상,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온 북한으로서는 이례적인 속보(速步)다. 그 배경이 무엇이며, 또 내달 초 재개될 6자회담의 핵 폐기협상에서도 이런 기조가 지속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북측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상당부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차기 미 행정부 보다는 시간에 쫓기는 부시 정부를 상대하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을 했을 법 하다.

더욱이 이라크와의 전쟁 등 대외정책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고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문제를 외교적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핵 폐기협상에서 상당한 양보를 감수할 개연성도 있다. 1994년 제네바 핵 동결 합의파기 및 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이 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개발과 시리아 핵 협력문제에 대해 북측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는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만 보더라도 그렇다.

원자로ㆍ재처리 시설의 가동기록 제공 등 북측의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의 전면적인 공개는 UEP와 시리아 핵 협력 문제의 적당한 타협, 50만톤 대북식량지원,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면제 등 미측의 선물과 교환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셈을 해보면 북측은 남는 장사를 했다. 북측은 UEP와 시리아 핵 협력 의혹에 대해 “우리는 한 적이 없다”고 끝까지 시치미를 떼면서 이를 얻어냈다. 더불어 이런 결과는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대한 우려 등 국내 여론에 긴장감을 주고, 연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보수적 대북정책에 상당한 타격을 준 셈이다.

문제는 핵 폐기 협상에서 북측이 원하는 정치ㆍ경제적 요구수준과 포기할 핵의 대상이다. 일단 북측이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의 공개를 결심한 것은 최소한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포기하겠다는 적극적 의사표시로 보인다.

사실 북측은 5, 6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최소 30㎏이상의 플루토늄으로도 핵 억지력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추가생산의 필요성이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년 이상 가동된 영변 원자로는 불능화 작업이후 고철이나 다름없어 포기를 할 가능성이 높지만, 체제의 안전판인 핵무기 만큼은 결코 쉽게 내놓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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