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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진 대참사/ 가슴 아픈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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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진 대참사/ 가슴 아픈 생존기

입력
2008.05.1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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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 지진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던져졌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이들은 삶과 죽음이 갈리는 바로 그 순간, 끝까지 함께 하자며 용기를 주고 받았고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죽음의 문턱에서 나눈 우정

신화통신은 14일 지역신문 화서도시보(華西都市報)를 인용, 쓰촨성 두장옌(都江堰)시 샹어중학교 1학년 두 여학생 친구 샤우슈에(小雪ㆍ가명ㆍ15)와 샤우야(小亞ㆍ가명ㆍ15)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12일 오후 수학시간, 갑자기 지붕이 흔들리더니 학교가 굉음을 내며 무너졌다. 샤우슈에는 뿌연 먼지를 내며 굴러온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에 깔렸고 그 후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이마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 떨어졌을 때 비로소 자신이 다쳤다는 걸 알았다. 죽음과도 같은 정적 속에서 몸을 누르는 벽돌을 치워보려 했으나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엄마 아빠! 빨리 구해주세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외쳤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 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한 책상을 나눠 쓰는 짝 샤우야의 신음 소리였다. "샤우야, 나 여기 있어!" 반가워서 소리치자 샤우야가 벽돌 틈으로 손을 내밀었다. 샤우야는 머리가 콘크리트 덩어리에 끼어있었다. 친구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샤우슈에는 용기를 주기 위해 친구의 손을 꼭 쥐었다. 부모님이 멀지 않은 곳이 있고 구조대가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구의 위로에 힘을 낸 샤우야는 "살아서 함께 나가자"고 했다.

두시간 정도 지나자 인기척이 들렸다. 구조대가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친구의 손에서는 힘이 빠지고 있었다. 샤우야는 "미안해, 버티지 못할 것 같아"라고 힘없이 말했다. "같이 나가겠다고 했잖아"라고 소리쳤지만 샤우야의 숨소리가 점점 가늘어졌다. "하느님, 친구부터 구해주세요!" 다치지 않은 오른쪽 다리로 벽돌을 마구 헤집어봤지만 헛수고였다.

세시간 정도 더 흐르자 친구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샤우슈에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지만 그럴수록 자신도 점점 힘이 빠졌다. 순간 친구와 한 약속이 떠올랐고 '침착해야지. 꼭 살아서 나가기로 약속했으니까'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마침내 이튿날 오후 7시 두 소녀는 구조대에 의해 건물 더미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샤우슈에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샤우야는 몇 시간 전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지금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병원에 누워 있는 샤우슈에는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친구를 생각하며 슬픔에 젖어있다.

몸을 던져 제자들을 구한 교사

신화통신이 소개한 또 다른 사연의 주인공은 미엔주(綿竹)시 한왕진(漢旺鎭)의 동치(東汽)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 탄첸처우(譚千秋)씨이다.

탄 교사는 13일 밤 11시 50분께 구급차를 타고 학교 붕괴 현장에 도착, 잔해 더미에서 학생 네 명을 구해냈다. 구조 당시 이미 숨져 있던 탄 교사는 양 팔을 벌린 채 교탁 위에 엎드려 있었는데, 학생들은 그 아래에서 안전하게 목숨을 부지했다. 생존 학생 중 한명인 류홍리(劉紅麗)의 삼촌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감싸서 살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생님 한 분이 학생 네 명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게 제 남편일 줄이야…" 탄 교사의 부인 장??롱(張關蓉)씨는 남편의 시신 앞에 엎드려 대성통곡했다.

탄 교사는 동치고등학교에서 2, 3학년을 대상으로 정치과목을 가르쳤다. 동료 교사 샤카이슈(夏開秀)씨는 "탄 선생님은 축구 하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운동장에 떨어진 돌멩이를 치울 정도로 학생 사랑이 각별했다"고 말했다.

만삭 임신부 50시간 사투 끝에 구조, 3세 소녀 숨진 부모 밑에서 40시간만에 생환

14일 오후 두장옌의 한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임신 8개월 된 만삭의 여성이 극적으로 생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만삭의 장시오얀씨는 12일 지진으로 콘크리트 더미에 묻힌 지 50시간만에 구조대의 손길을 받아 지옥 같은 잔해더미를 벗어났다. 행여나 잔해가 추가로 무너질까 구조작업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밖으로 나온 장씨가 구조대의 말을 알아듣자 주변에 모여든 주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몇 분 뒤 같은 장소에서 장씨의 어머니가 추가로 구조됐다. 지옥의 현장에서 모녀가 50시간을 함께 버티며 뱃속의 또 다른 생명을 지킨 것이다. 순궈리 구조대장은 "아주 감동적인 기적의 순간"이라고 감격해했다.

이날 베이촨(北川)에서는 3살 난 소녀가 부모의 시신 밑에서 40여시간 동안 버티다 구조됐다. 구조대가 13일부터 소녀의 목소리를 듣긴 했지만 붕괴 우려로 접근하지 못하다가 이날 오후에서야 구조에 성공했다. 구조대가 잔해 더미를 걷어내자 소녀는 부모의 시신 밑에 감싸여져 있었다. 부모가 몸을 던져 아이를 살렸던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도 현장에서 소녀의 구조작업을 지켜봤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구조작업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신화통신은 14일 오후까지 쓰촨성에서 84명만이 구조됐다고 전했다. 아직도 수만명이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신음하고 있다.

진실희 기자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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