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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과 정부를 원망하는 수출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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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과 정부를 원망하는 수출업체들

입력
2008.05.1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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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수출업체 7곳이 “그릇된 은행의 장삿속에 넘어가 큰 피해를 봤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환율 급변동에 따른 손실, 즉 환차손을 피하려면 환 헤지(위험회피) 상품에 가입하라”는 은행의 말을 믿었다가 큰 손해를 봤으니 보상하라는 것이다. 자기 책임이 우선하는 기업경영 원칙과 시장 논리에 비춰 뜬금없지만, 전후 맥락에 은행은 물론, 정부까지 연루돼 있어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발단은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 선으로 추락했던 지난해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뜩이나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던 중소 수출업체들은 환차손이나 줄여보려고 은행이 판매하는 환헤지 상품에 앞 다퉈 가입했다. 문제는 당시 은행들이 권유한 상품이 대부분 ‘키코(KIKO)’로 불리는 통화옵션 파생상품이었다는 것이다. 기업과 은행이 약정한 상ㆍ하단 사이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환차익이 나지만, 위쪽으로 범위를 벗어나면 환차손이 훨씬 커지도록 설계된 ‘고위험-고수익’ 상품이었다.

환율이 900~950원에서 안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인 시절이었던 만큼 이런 상품을 출시한 것만으로 은행을 탓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외환에 어두운 업체들에게 상품의 장점만 강조하고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과 경상수지의 적자반전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무지’가 일차적 요인이겠지만, 수수료 수입이 은행권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에선 고객을 끌어들이자는 유혹이 더 컸을 것이다. 그 결과 국내 수출업체들의 환차손은 무려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도 책임을 비켜가기 어렵다. 은행권의 지적처럼 고환율 정책이 사태를 악화시킨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경상수지 적자 등 환율이 1,000원 선을 넘을 내재적 이유도 있으나, 지금 수준까지 단기 급등한 배경에는 분명히 정부가 있다. 달러와 중소기업만 본다면, 새 정부가 오히려 반기업 정책을 펴온 셈이다. 정부든 은행이든, 판단이 잘못되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내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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