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을 공식적으로 양해했다. 이로써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 국민의 주관적 우려와는 별개로 객관적 안전성 확보에 커다란 진전이 이뤄졌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8일 한승수 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그대로 수용하고 지지하며 다른 어떤 요구도 덧붙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에 따른 한국 정부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언명해 국내에서 벌어진 ‘해석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실 그 동안 정부는 한미 양국의 쇠고기협정에도 불구하고 GATT 20조가 규정한 ‘수입중단 조치’는 존중될 것이라는 견해를 강조해 왔지만, 미국에 광우병이 재발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평가 변화 없이는 일방적 수입중단 조치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양국 협정이 GATT에 대한 특별법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렇게 밝혔다 해서 광우병 불안이 잦아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 동안의 불안이 실제로 구체적 사실과 엄밀한 연관 속에서 웃자란 게 아닌 데다 무엇보다 정부의 협상자세에 대한 불신이 불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해’로 안전조치가 보강됐다 해도, 정부가 협상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음으로써 키워온 불신의 기초가 제거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정부는 미국의 ‘동물성 사료 사용금지 조치’에 대해 오역이라는 치명적 실수를 인정했다.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30개월 미만의 소를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는 것을 본질적 위험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SRM만 확실히 제거하면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인간 광우병(vCJD)’을 일으킬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면, 이런 사료를 통해 여러 동물을 돌아 소가 다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극히 낮다. 만에 하나 이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해도 즉각 수입을 중단하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실질적 위험성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깔린 국민 정서 때문이다.
이런 불신의 뿌리를 끊지 않는 한 광우병 논란이 조기에 매듭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낮은 자세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해명하길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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