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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지상파 3社의 계열 채널 '드라마 2·3차 창구'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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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지상파 3社의 계열 채널 '드라마 2·3차 창구' 전락

입력
2008.05.1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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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들어 2주 연속 이른바 황금연휴가 이어졌다. 연휴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 국내외에서 휴가를 즐겼다. 또 프로야구를 비롯한 야외 스포츠에도 엄청난 관중들이 몰렸다고 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들어서면서 여가를 즐기는 양과 방법이 정말 다양해졌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주말 TV시청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번처럼 연휴가 계속되면 시청률은 더 낮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연휴나 주말기간 동안 TV시청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보내고 있다.

어찌 됐든 예전처럼 ‘00날 특집’이니 하는 특별편성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실제로 지상파방송 3사의 휴일편성은 공식행사 중계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지상파방송3사의 드라마 채널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엄마가 뿔났다> <이산> <온에어> , 지금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지상파방송 3사들의 간판 드라마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거의 반나절동안 줄줄이 재방송되고 있다. 심지어는 ‘000데이’ 하면서 그날이 무슨 해당 드라마를 위한 날인 것처럼 광고까지 하고 있다.

마치 몇 년 전 중계유선이나 케이블TV 자체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불법재방송을 다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지상파방송사들이 계열 채널들의 재방송을 통해 본방송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편성 전략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사들이 이렇게 몰염치한 방법으로 수익극대화에 몰두한다면, 이른바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존재의 이유는 무색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확보된 시청률이 ‘한류’를 선도하는 지상파방송사들의 드라마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시청자들을 볼모로 해서 얻은 소수 드라마에서 국제경쟁력을 찾는 것은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지상파방송은 물론 여러 채널들이 양적ㆍ질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내는 경쟁력이 진정한 경쟁력일 것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이 계열 채널들을 통해 인기 드라마들을 무차별로 반복 제공할 때, 다른 채널들의 대안적 편성이나 제작의지는 반비례해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지배하면서 우리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구조 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누차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유료방송 상위인기채널은 지상파방송사들의 드라마, 스포츠, 오락 채널들이 지배하고 있다. 또 이들 채널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위축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들의 새로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유료방송시장이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의 2,3차 창구로 전락하면서, 지상파방송 프로그램들의 상업화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결국 우리 방송 전체의 상업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멀티모드서비스(MMSㆍMulti Mode Service)가 시작되면, 어떻게 될 지 정말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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