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도로가 끊기는 바람에 한국 관광객 70여명이 청두(成都)시에서 북쪽으로 450㎞ 떨어진 관광지 주자이거우(九寨溝)에 고립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들 관광객들은 호텔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관광객들은 인근 공항으로 가기 위해 주자이거우를 떠난 뒤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일부 관광객 텐트 생활
한국 관광객 현지 인솔 책임자인 재중동포 강 권(39)씨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도로가 끊겨 주자이거우 인근 지우황(九黃) 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청두로 나오려 했으나 기상이 좋지 않아 비행기가 뜨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자이거우의 한 호텔에서 20여명의 한국 관광객과 함께 있는 현지 가이드 김웅권씨는 "다행히 현재 묵고 있는 호텔은 물과 음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시내 호텔에 흩어진 다른 한국 관광객 일행의 상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9시께 한국 관광객 6명과 현지 가이드 등 7명이 '비행기를 타겠다'며 버스를 타고 지우황 공항 쪽으로 출발했는데,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그 쪽은 지진 피해가 심해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기고 주유소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여진 피해를 우려, 호텔을 나와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청두 교민들
청두(成都)시에 거주하는 1,500여명의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도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민들은 지진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해 "마치 괴물이 집을 붙잡고 흔드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하며 몸서리를 쳤다. 이들은 계속되는 여진 탓에 언제 또다시 대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청두에서 옷가게를 하는 교민 김성태(28)씨는 "지진을 느끼자마자 슬리퍼만 신고 밖으로 뛰어 나왔는데,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지고 벽에는 금이 가 있었다"며 "13일에도 여진이 15번 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유학생 김명훈(28)씨는 "평소에도 금방 내려 앉을것 같던 오래된 건물은 반쯤 기울어지고 일부분이 무너졌다"며 "아파트 31층에 사는 중국인 친구는 지진이 끝날 때 까지 밖으로 나올 엄두도 못내고 기도만 했다"고 말했다.
귀국 여행객 안도의 한숨
청두를 출발해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과 교민 등 103명도 여전히 전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탈출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당초 이날 낮 12시50분께 중국국제항공 CA435편으로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청두공항 사정으로 출발이 늦어져 예정보다 5시간 늦은 오후 6시께 도착했다.
이 항공편으로 입국한 김금숙씨는 "땅이 흔들리자 건물에서 사람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왔다"며 지진 발생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여행객 이금열씨는 "숙소에서 나왔을 땐 비명 지르는 사람들과 차가 뒤엉켜 길거리는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들은 12일 밤에도 여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객실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현지 호텔 1층 로비와 청두공항 등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이영창 기자 김혜경 기자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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