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한나라당의 원로들인 상임고문단을 청와대로 초청, 저녁을 함께 했다. 만찬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양정규 전 의원 등 28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어려운 시기다. 쇠고기 파동 이후 지지율은 추락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그래서인지 이날 만찬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모두 발언부터 그랬다. 이 대통령은 “우리 모두 한배를 타고 있다”며 “강재섭 대표든, 박근혜 전 대표든 작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모두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정을 잘 살피고 외교를 통해 국익을 챙기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나는 국내 누구와도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만큼 앞으로 당정과 협조하면서 국민을 바라보고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강재섭 대표는 이 말을 받아 “국가를 경영한다는 것은 실개천 정도가 아니고 높은 산, 깊은 물을 건너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높은 산을 넘고 큰 바다를 건너는 심경으로 심기일전해 국민에 봉사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1시간15분 간 이어진 만찬에서도 원로들의 염려성 발언이 이어졌다. 유흥수 전 의원은 “(대통령이) 새벽부터 공휴일도 없이 열심히 하셨는데 경제가 빨리 좋아지지 않아 참 안타깝다”며 “나라가 안정되려면 정치가 먼저 안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화합이 우선이란 조언도 많았다. 김용갑 의원은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서 친박 인사 복당 문제를 잘 수습, 한나라당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고, 유한열 전 의원도 “애당심이 있는 분들은 복당을 시켜 당이 화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로들의 조언을 다 들은 이 대통령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제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는 편법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꾸준히 국민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겠다”는 말로 만찬을 마무리지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점심은 최측근 정두언 의원, 대선기간 홍보업무를 맡았던 정병국 의원, 강승규 당선자 등과 함께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 여론의 추이와 현 정국에 대한 측근들의 생각을 주로 들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은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그냥 듣기만 했다”면서 “자신에 대해 어떤 말들이 나오는 지 잘 알고 있었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더라”고 전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사진=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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