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주주총회 시즌 이후 액면분할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액면분할 이후 주가는 오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추격매수는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4, 5월 기업들의 액면분할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5월 들어 액면분할을 결정한 기업은 총 6곳이다.
지난 달에도 총 4개의 상장사가 액면분할을 공시했다. 두 달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만 10개의 기업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 지난해 4월과 5월에는 각각 1개의 기업만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년 한해 동안 액면분할을 단행한 상장사를 모두 합쳐도 26개에 지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액면분할 시행 기업들이 올 들어 크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가증권 시장도 마찬가지. 이달 들어 액면분할을 결정하거나 시행한 기업은 메리츠증권 등 약 20개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총회 이후 주가부양을 위해 증권 유동량을 늘려달라는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액면분할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액면분할이란 쉽게 말해 주식을 잘게 쪼개는 것이다.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한 장의 주식액면가를 100~5,000원의 소액권으로 분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당 투자액면가가 5,000원인 10만원짜리 주식의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추면, 주식수는 10배로 늘어나고 주가는 1만원으로 낮아진다. 즉, 소액투자자들이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한 가격이 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예를 들어 주당 3만원짜리 주식이 3,000원으로 낮아질 경우 투자자들은 가격이 낮다는 ‘착시현상’에 빠져 대거 매수에 나서게 되고, 주가는 적정가격인 3,000원을 훨씬 뛰어넘게 된다. 즉, 회사는 똑같은 양의 주식을 잘게 나누는 것만으로 전체 시가총액을 늘릴 수 있는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액면분할 후 13일 거래를 재개한 KSS해운, 신원, 한국전자금융 등은 모두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한 KSS해운은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만1,0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신원은 액면분할 말고는 특별한 호재가 없었음에도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2,200원을 기록했으며, 한국전자금융 역시 5.19% 오른 4,260원을 기록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물론 높은 가격 때문에 거래가 적어 주가가 낮았던 기업도 있지만, 반대로 실적개선 없이 주가부양만을 위해 액면분할 하는 기업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을 통한 선별적 종목 선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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