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가 인터넷과 블로그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해 매주 온라인으로 발행하는 ‘창비주간논평’이 발행 2주년을 맞아 라는 단행본으로 묶여져 나왔다.
무게있고 진지한 칼럼들이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내로라 하는 한국사회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각종 정치ㆍ사회ㆍ문화적 현안을 매주 3,000매 안팎의 글로 짚어낸 인터넷 칼럼 연재가 2년 이상 지속돼 온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다.
2006년 5월2일 시작된 칼럼에 동원된 필자는 백낙청, 한홍구, 유지관 임형택 등 113명으로 167편이 실렸다. 이번에 나온 단행본은 지금까지 게재된 컬럼을 정치, 경제, 국제, 교육과 사회, 생태와 여성, 문학과 문화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56편을 정선(精選)한 것이다.
다양한 쟁점들이 감당하기에는 호흡이 한 박자 느린 계간지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주간논평의 취지에 걸맞게 지난 2년간 한국사회의 쟁점이 됐던 각종 이슈를 빠짐없이 다뤘다.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광우병파동, 대통령선거, 이랜드사태와 비정규직 문제, 인수위의 영어교육안, 한반도 대운하, 삼성비자금 의혹, 조기유학, 고교평준화, 저출산현상, 대학가의 표절,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세계곡물가 폭등 등 사회 현안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비판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테스크포스 구성 시점에 맞춰 게재(2008년1월8일)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공학적 관점에서 본 한반도 대운하’는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된 대운하 논쟁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순식간에 11만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인 독일 대운하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강수량의 계절적 분포차에 따른 주운용수(舟運用水)확보라는 관점에서 비교함으로써 대운하 찬성론자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치권에서 밀어붙이면 공학적 근거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묵시론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집단사이에 서로 힘겨루기가 애처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기술자의 영혼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박 교수의 경고 후 각계 전문가들은 대운하 반대운동으로 힘을 결집시키고 있다.
2007년 8월21일 게재된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칼럼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광우병의 위험’에서는 한미FTA 타결의 경제적득실과 피해대책에만 주목하던 당시상황에서 10개월후 발생할 광우병 논쟁을 예고한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다.
“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의 눈치를 보며 국민을 설득하는 관련 고위공무원들의 태도는 현장에서 열심히 방역에 힘쓰는 검역 실무자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 뿐이다.” 그의 지적은 정권은 바뀌었으나 여전히 보신과 ‘말바꾸기’에 연연하는 요즘 당국자들의 모습과 그대로 포개진다.
이밖에도 이 책에서는 만연한 대학가의 표절문화를 꼬집은 김명환 서울대 영문과 교수의 ‘표절하는 교수, 표절하는 학생’(2006년10월31일),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성장제일주의의 프리즘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는 황정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칼럼 ‘성장주의에 갇힌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을 바꿔라’ (2007년5월29일) 등 게재 당시 네티즌들의 화제가 됐던 읽을거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모든 칼럼들은 창비주간논평 블로그(weekly.changbi.com)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구독신청을 할 수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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