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35년 경력의 직업외교관으로 평소 점잖고 겸손한 태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13일 한미FTA 청문회에서 유 장관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의원들의 말을 가로막고 언성을 높이는가 하면, 추궁이 이어지자 “퇴장하겠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려고 너무 무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 장관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오역 파동을 묻자 “주무 부서는 농식품부다. 나는 사태가 불거진 뒤에 상세히 알게 됐다”고 답했다. 권 의원이 “외교부가 모든 통상을 관장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유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답변하는 것일 뿐”이라며 “나는 청문회장에 있을 법적 자격이 없다. 퇴장하겠다”고 돌출 발언을 했다.
증인이 아닌 현안보고자로 청문회에 참석했으니 답변할 의무가 없다는 의미였다. 이에 김원웅 통외통위원장이 “겸허한 자세로 답하라”고 질책했고, 유 장관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유 장관은 또 통합민주당 김종률 의원이 “정부가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의 근거로 삼는 GATT 20조의 예외조항과 WTO 위생검역협정의 5조 7항이 배치되는 게 아니냐”고 묻자 “뭐가 어떻게 충돌되는지 설명해 달라”고 받아쳤다.
유 장관은 청문회 초반엔 “쇠고기 수입은 통상이 아닌 검역 문제”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한미 정상회담 때 정부가 쇠고기 문제를 사전 조율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유 장관은 “중요한 ‘통상 현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에 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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