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의 첫 가시적 조치로 ‘CEO 경영계약제’를 마련했다. 기관장들의 업무능력과 실적을 엄정하게 평가ㆍ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위로부터의 쇄신이 아래로 흐르게 하겠다는 뜻이다. 공공기관의 표상처럼 된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대부분 전문성 없는 기관장들의 보신주의와 눈치보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적절하고 당연한 접근이다.
하지만 제도의 도입과 제도의 성공은 전혀 별개 문제다. 경영평가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정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오염’될 소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제 국무회의에 보고된 경영계약제의 핵심은 공공기관장들이 주무부처에 1년 단위로 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매년 경영계약을 새로 맺는 것이다. 이 계약을 근거로 성과를 5단계로 평가해 성과급을 차등 책정하고, 최하위 등급을 받은 인사는 자동 퇴출되는 시스템이다. 또 특혜 논란을 낳은 공공기관장들의 과다 연봉을 차관급(기본급 기준 1억800만원)에 맞추되, 금융기관장은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좀더 배려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민간 CEO 출신에게 우선 개방키로 한 90개 ‘공모 활성화 대상기관’부터 이 제도를 적용키로 하고, 임원추천위의 공정하고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계약의 의무를 지우고 보수를 일부 삭감하는 대신,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기본급의 최고 2배에 달하는 성과급으로 유능한 인재를 끌어오겠다는 발상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낙하산 인사에 멍들고 노사 유착에 병들었던 공공기관의 파행적 경영행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공공기관은 독점적ㆍ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둔 초과이익을 ‘식구’들끼리 나눠 먹고, 정부는 산하 기관의 인적ㆍ물적 지원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낡은 고리가 끊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자리와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정권을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특권과 반칙을 그토록 증오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그 정도가 더 심했던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공공부문 개혁은 새 정부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이자 심각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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