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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 장승업 화파전' 18일부터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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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 장승업 화파전' 18일부터 간송미술관

입력
2008.05.1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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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ㆍ1843-1897). 현대 한국 동양화의 시조로서의 그의 면모를 조명하는 ‘오원 장승업 화파전’이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18일부터 열린다. 간송미술관이 봄, 가을 두 차례만 ‘그림 보물창고’를 열어 개최하는 정기 기획전이다.

영화 ‘취화선’으로 일반에 익숙해진 장승업은 상노(床奴) 출신의 미천한 신분에도 불구, 화재(畵才) 하나로 도화서 화원까지 지낸 인물. 조선 전통회화가 쇠잔해가던 19세기 말 해학적이고 화려한 회화를 선보이며 고고한 문인화의 전통을 대체하는 독보적인 화풍을 일구었다.

장승업에서 시작된 이 같은 회화사적 변화는 근대 개화기의 안중식과 조석진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에게 이어지면서 오늘날의 동양화 전통을 구축했다.

총 100여점의 작품이 걸리는 이번 전시에는 장승업의 작품 40~50점과 그의 제자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晉ㆍ1853-1920),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ㆍ1861-1919), 백련(白蓮) 지운영(池雲英ㆍ1852-1935), 위사(渭士) 강필주(姜弼周ㆍ생몰연대 미상)의 작품이 함께 소개된다.

이들은 도화서가 폐지되면서 광통교 일대에서 상업적 직업화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한 첫 작가들로, 미술의 대중화와 궁중화풍의 민간화를 이룬 새로운 근대 화파였다.

안중식의 제자인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ㆍ1897-1972)과 심산(沁山) 노수현(盧壽鉉ㆍ1899-1978)이 각각 홍익대와 서울대의 동양화과를 창설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우리 동양화의 근원이 오원에 가 닿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간송미술관의 설명이다.

장승업은 조선 성리학의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진경산수화를 배척하고 청조고증학(淸朝考證學)에 기반해 추상화풍을 만들어낸 김정희(金正喜ㆍ1786-1856)의 추사체를 자연스럽게 계승했다. 그러나 대상의 본질을 추상해낼 만한 인문적 소양과 학식이 없었던 탓에 그의 걸작들엔 감각적 회화미가 승하다. 왜곡과 과장을 통한 해학미도 두드러진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19세기 말은 학식 있는 사대부층이 몰락하고 중소 상공인과 부농이 부상하면서 그림 수요층의 취향도 일변했다”며 “다소 서툴고 허술한 단점이 노출되는 오원의 그림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시에는 좌우 2m가 넘는 두루마리 작품인 ‘계산무진(溪山無盡’) 등이 일반에 처음 공개되며, 오원이 후원자였던 민영환을 위해 한 폭에 두 마리씩 여덟 마리의 말을 4폭에 나누어 그린 작품도 한꺼번에 소개된다.

민영환은 화명이 궁중에까지 퍼진 장승업이 고종의 부름을 받고 궁에 들어갔다가 자유분방한 기질 때문에 궁궐을 몰래 빠져 나와 술에 빠져있을 때 진노한 임금을 달래 오원을 자기 집에 데려가 그림을 끝내도록 도왔을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였다. 1937년 민씨 일가의 소장품이 경매에 나왔을 때 간송 전형필이 당시 돈으로 700원을 주고 구입한 작품.

궁중 진상품이었던 ‘춘남극노인(春南極老人)’과 ‘추남극노인(秋南極老人)’은 오원의 심혈을 기울인 필묵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춘남극노인’은 화려한 채색의 궁중화풍을 가미하면서도 먹의 농담차로 소나무 껍질의 결을 살린 솜씨가 가히 압권.

오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초기작은 거의 오원의 작품과 방불한 조석진과 안중식의 그림, 대부분 처음 선보이는 지운영의 그림이나 기러기를 잘 그렸던 강필주의 그림도 놓치면 아쉽다. 특히 안중식은 일자무식이라 그림 속 글씨를 대부분 대필 받은 오원의 가장 빈번한 대필자였다. 6월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 (02)762-0442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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