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13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현재 7단계를 거쳐야 하는 운전면허 취득 절차를 2, 3단계로 대폭 간소화하겠다”고 보고하자 주무 부처인 경찰청이 “담당 기관과 협의도 없이, 그것도 법안이나 개정안의 해석 및 적용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는 법제처가 법령 내용 개정 운운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석연 법제처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국민불편 법령 개폐 방안’을 통해 현재 7단계(교통안전교육, 학과시험, 기능시험 대비 의무교육, 장내 기능시험, 연습운전면허 발급, 주행연습, 도로주행시험 등)로 이뤄진 운전면허 취득 절차를 학과시험과 주행시험 등 2, 3단계로 빠른 시기에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보고후 가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젊은이들이 운전면허를 따는 데 150만원이나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며 “운전면허를 따는데 비용과 시간이 덜 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전면허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경찰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주 법제처 담당자가 대통령에게 보고할 안을 가지고 왔길래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그런데도 내용 한 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대통령께 보고하고 발표해 버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까다로운 운전면허 절차를 고쳐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무조건 운전면허 취득 단계 수를 줄이면 사고 발생 등 교통안전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섣불리 고칠 게 아니라는 입장을 법제처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특히 주무 부처가 만든 법안이나 개정안을 해석하고 그 적용이 적절한 지를 판단하는 법제처가 먼저 나서서 법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통령이 “불필요한 교통 법령을 고치라”고 지시하자 3월 말 교통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경찰청은 현재 해외 각국의 면허시험 절차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이 달 말 관계자들을 미국으로 보내 현지 운전면허 취득 절차를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청의 반발에 대해 법제처 관계자는 “검토 단계에 있는 안을 보고한 것이며 (오늘 발표한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찰청도 큰 틀에서 절차 간소화를 동의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경찰청과 좀 더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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