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1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장 강력한 지진은 1643년 7월 24일 울산 근처에서 발생한 것인데, ‘진도 10’으로 추정된다. 건축물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진도 8’ 이상의 지진이 조선시대에만 40회에 이른다.
통일신라시대인 779년 경주의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져 100여 명이 사망(기록 상 한반도 최대의 지진 인명 피해)했는데, ‘진도 9’로 짐작된다. 20세기 들어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4번 있었다.
■그런데, ‘규모(Magnitude 혹은 Scale)’와 ‘진도(Degree of earthquake)’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규모는 지진의 크기를 말하는 절대적 개념이고, 진도는 지표면의 영향을 정형화한 상대적 개념이다. 땅 속에서 발생한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한 사람이 미국 지질학자 C.F.리히터(1935년)였기에 ‘리히터 규모’라고도 하며, 편의상 소수점 한 자리까지 표시한다. 지각 암석의 탄성계수 등을 감안할 때 최대 규모는 10.0을 넘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최대는 규모 9.5였던 1960년 칠레 대지진이었다.
■지표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Degree)를 말하는 진도는 그래서 소수점이 있을 수 없다. 규모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다. 일본은 0에서 Ⅶ까지 8단계로 구분하며(JMA방식), 미국은Ⅰ에서 XII까지 12단계로 정해놓고 있다(MM 방식).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미국식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경우 일본식은 ‘진도 0’으로, 미국식은 ‘진도 Ⅰ’로 표기될 것이다. 이번 중국의 ‘규모 7.8’의 지진은 중심 지표면에서 볼 때 일본식으로는 ‘진도 Ⅵ’, 미국식으로는 ‘진도 Ⅸ’가 될 것이다.
■규모가 비슷한 지진이라도 진도는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1643년 울산 지진을 ‘진도 10(실제는 Ⅹ)’으로 추정하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당시 상황을 미국식 분류로 볼 때 그렇다는 의미다. 그 때의 규모는 물론 계산할 수 없다. 지표면에 붙어 사는 일상인의 삶에는 규모보다 진도가 더 중요하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TV 라디오를 통해 수시로 지역에 따라 다른 진도를 밝히고 있다. 우리도 진도의 개념을 더 가까이 느껴야 한다. 언론부터 Ⅰ, Ⅱ, Ⅲ, Ⅳ 등의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자(방송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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