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방북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에게 핵 신고의 검증에 필요한 방대한 자료를 제공함에 따라 북핵 협상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핵 불능화 및 핵 시설 신고 시기 등을 규정한 지난해 10ㆍ4 합의 후 우라늄농축프로그램 개발 및 시리아 핵 이전에 대한 신고문제로 공전을 거듭한 지 7개월 여 만에 북핵 협상 재개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북측은 아직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신고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미측에 제공한 것은 핵 신고 의지가 확실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미측은 북측이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했는지, 누락된 자료는 없는지 여부를 분석할 시간이 필요해 북측의 핵 신고는 앞으로 1, 2주정도 걸릴 공산이 크다.
일단 미측이 의미있는 자료를 북측이 제공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북측의 핵 신고와 미측의 상응 조치인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면제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핵 시설 불능화 및 신고 등 2단계 조치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이벤트로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의 해체ㆍ폭파작업이 같은 시기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는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하고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운다는 의미에서 TV중계를 계획하고 있다.
의장국인 중국은 북측 신고서를 받는 대로 나머지 당사국에 회람하는 한편 핵 폐기 등을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의 재개 시기를 당사국들과 조율하게 된다. 5월 하순으로 알려진 한중 정상회담 및 중러 정상회담 등을 감안할 때 6자회담 재개는 6월 초순이 유력하다. 의장국인 중국이 자국의 정상회담 시기를 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6자 당사국은 북측의 핵 신고내용에 대한 검증과 핵 폐기협상을 병행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핵 폐기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북측의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작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북핵 협상의 진짜 고비는 이때가 될 것이다. 핵 폐기와 검증의 범위와 절차, 내용을 놓고 5자 당사국과 북한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단기간 내 합의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측 군부가 일부 핵 시설에 대한 검증을 ‘군사시설에 대한 비밀보호’를 이유로 거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나아가 북측이 핵무기를 국가 최고이익이자 현 체제를 보장하는 안전판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핵을 쉽게 포기하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도 여전히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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