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로 주목 받는 인터넷TV(IPTV)가 반쪽짜리 서비스에 머물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시행령’에 지상파 방송 재전송을 방송법에 따라 KBS1과 EBS로 국한했기 때문이다. IPTV가 향후 KBS2, MBC, SBS 등의 지상파 방송을 보내려면 이들 방송과 개별협상을 해야 하는데 입장차가 커 방송이 사실상 힘들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IPTV는 위성 멀티미디어방송(DMB)인 TU미디어처럼 고사 위기에 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9일 IPTV 도입을 위해 제정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IPTV란 TV안테나 또는 케이블 대신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는 새로운 서비스. 서병조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관은 “IPTV 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KBS1과 EBS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재전송해야 하지만 KBS2, MBC, SBS의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싶으면 개별 계약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을 방송법을 준용키로 함에 따라 IPTV 법을 따로 만든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방송법 78조 1항과 2항은 공익성을 앞세운 KBS1과 EBS의 경우 케이블TV 등의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재전송 하도록 돼 있으나 KBS2, MBC, SBS는 빠져있다. 여기서 재전송이란 자체 방송설비로 KBS1과 EBS 방송을 수신해 이용자들에게 보내는 것을 말한다.
KBS2는 한국방송공사에서 운영하는 공공 채널인데도 불구하고 공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전송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공익성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 김경아 방통위 방송기획과 사무관은 “KBS2는 광고가 들어가는 등 상업성 때문에 공익성이 떨어진다고 봐서 과거 방송위원회 고시를 통해 지정한 의무 재전송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공익성이란 국민에게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IPTV 사업자가 KBS2, MBC, SBS 등의 지상파 방송을 내보내려면 각 방송사와 계약을 맺고 프로그램을 구입해야 한다. 만약 KBS2, MBC, SBS가 프로그램 제공을 거부하면 IPTV에서는 볼 수 없다. 또 해당 방송사들이 비싼 대가를 요구할 경우 IPTV 이용료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KT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대가를 많이 요구하면 IPTV 이용료를 올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결국 비싼 이용료 때문에 시청자들이 외면하면 IPTV는 고사한다”고 하소연 했다.
KBS1과 EBS도 재전송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법에 따르면 IPTV 사업자에게 KBS1과 EBS 프로그램의 재전송 의무는 있지만 해당 방송사들이 프로그램을 제공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KBS와 EBS가 재전송 대가를 요구하면 IPTV 사업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 실제로 일부 IPTV 사업자들은 KBS, EBS와 재전송 대가 협의를 진행중이다. 이 경우에도 이용자들이 부담하는 IPTV 이용료가 오르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IPTV 사업자들이 9월께 서비스를 시작할 때 최악의 경우 KBS1과 EBS를 제외하고 다른 방송은 내보내지 못할 수 있다. 위성DMB인 TU미디어의 전철을 밟는 셈이다. TU미디어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제공을 거부해 이용자들이 외면하면서 자본 잠식 위기에 빠졌다.
IPTV 사업자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으나 정작 방통위는 상황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IPTV에서 KBS1과 EBS가 나오면 KBS2, MBC, SBS도 시청률을 의식해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송법 자체를 고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방통위는 29일 기한인 입법예고 기간 중 공청회를 열어 각계 전문가 및 관계자들 의견을 듣고 시행령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후 방통위는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6월 중 시행령을 공포할 계획이다. 시행령이 공포되면 사업자별로 준비를 거쳐 9월께 IPTV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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