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신임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한 8일 관영 신화통신은 이 뉴스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신임 총리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기사 다음에 배치했다. 격을 중시하는 중국 언론에서는 이례적인 뉴스 선택 잣대였다.
중국이 푸틴 대통령 시절의 중ㆍ러 관계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양국은 2005년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은 이후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푸틴 총리에 대한 중국의 기대와 미련이 여전히 크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이나 유럽을 제쳐두고 첫 강대국 방문지로 중국을 택함으로써 중국의 이런 아쉬움을 말끔히 씻었다. 중국 방문길에 카자흐스탄(22~23일)을 들르기는 하지만 비중과 의미를 보면 중국이 사실상 첫 방문지라 할 수 있다.
23일부터 이틀간 베이징(北京)에 머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지도부 대부분을 만난다. 상견례의 성격이 짙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양측의 전략적 신뢰를 깊게 하고 광범위하게 양국간 협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 정상회담은 특정한 현안을 논의하기보다는 정상간 신뢰를 구축하고 양국 관계의 전략적 유대를 공고히 하는 데 중점이 두어질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메드베데프 시대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이 지속된다는 상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샤이샨(夏義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략적 입지를 압박하는 미국 전략이 지속되는 한 푸틴 시절의 대중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해 8월 첫 합동 군사 훈련까지 실시했던 군사ㆍ전략적 협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특히 쉬타오 중국현대국제연구소 연구원은 “중요한 점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의 국가 운용 전략인 ‘대(大)전략’ 수립에 참여한 인물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까지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러시아를 키워 미국과 서구를 견제한다는 대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러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의견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쉬타오 연구원은 메드베데프-푸틴 동거 시대에도 양국은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데 이해가 일치하고 있어 밀월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 취임 직후 터진 러시아의 미국 외교관 추방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양국 정상은 매년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나 군사협력 강화하면서 대미 견제의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중국에 석유 등 막대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중국은 러시아의 첨단 군수품을 매입하는 선순환 관계도 지속될 수 있다. 물론 향후 양국 행보에서 푸틴 총리의 입김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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