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 비닐하우스촌. 비닐하우스 수 십개동에선 상추, 오이, 토마토, 파 등 환금성 작물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농로와 즐비하게 늘어선 전신주들…. 대단위 농업단지처럼 보이는 이곳은 원래 농사를 짓는 농지가 아닌 팔당 상수원의 하천부지다. 2,500만명의 상수원이 상수원이 오염원을 직접 품에 안고 있는 것이다.
■ 오염원을 품고 있는 상수원
비닐하우스 동 사이엔 유기질 비료와 농사에 쓰고 남은 각종 물품들이 농기계들과 쌓여있고, 비닐이나 고무를 태운 흔적도 남아 있었다. 경기도환경운동연합 안명균 사무처장은 “도시의 쓰레기 소각장 주변지역보다 농촌의 다이옥신 농도가 높은 것은 폐비닐 등 농사폐기물들을 농민들이 들에서 직접 태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천의 양 둑 사이에 물이 차지 않아 드러나 있는 땅인 하천부지는 국토해양부나 해당 지자체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하천부지에는 유기질 비료와 저농도 농약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친환경 농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친환경 농사를 짓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유기질 비료도 질소와 인을 배출한다.
이러한 오염원은 빗물에 씻기어 상수원에 흘러들어 간다. 간혹 큰 물이 나 하천부지가 물에 잠길 경우 농사폐기물들은 고스란히 팔당호 상수원으로 몰려들게 뻔하다.
■ 부처간 손발 안맞아
상수원 보호에는 환경부는 물론, 국토해양부, 지자체가 나서고 있지만 방향이 상충되고 있다. 환경부는 1999년 한강수계에 물이용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뒤 이 돈으로 상수원 수질보호를 위해 하천에서 1㎞ 범위내의 수변구역을 사들이기 시작, 지난해까지 717만여㎡(3,500여억원)을 매입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과 지자체가 농민들에게 허용한 하천부지 경작면적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강 상류의 지자체들이 허가한 하천부지 점용허가면적은 2006년 현재 1,095만㎡에 이른다. 2006년 환경부의 수변지역 매입 땅 규모는 이 절반 수준인 503만여㎡였다.
감사원은 당시 “하천부지 내 농작물 경작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천 제방 밖에 있는 땅을 사들이는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엇나가는 정책은 상수원 주변 무허가 음식점들에 대한 처리에서도 잘 나타난다. 환경부는 상수원 수질오염에 치명적이 될 수 있는 무허가 음식점들을 정기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세원확보를 위해 이들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무허가 음식점을 단속하러 나갔다가 버젓이 걸려 있는 사업자등록증을 보면 허탈하다”고 말했다.
■ 하천부지 경작실태 공개안돼
환경단체들의 무수한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가 하천부지 경작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감사원 보고서가 나온 이후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 주요 하천의 하천부지 경작실태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09년 2월까지 ‘하천점용허가제도 개선과 관리방안 연구’를 벌이고 있고, 환경부 역시 내년 12월까지 ‘하천구역내 경작지 현황파악과 수계에 미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안명균 사무처장은 “수변구역 매입정책의 취지대로라면 하천부지 경작에 대해서는 당장의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데 모두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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