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김중회 전 부원장은 저승사자로 통했다. 금융비리가 터질 때마다 부실 회사를 정리하는 ‘악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2000년 비은행검사1국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그의 전임은 DJ정부 시절 정현준게이트에 연루돼 자살한 장래찬씨였다. 금감원은 실추된 기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원내에서 가장 청빈한 그를 구원투수로 기용했다.
그는 권력형 게이트의 주역이었던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가 갖고 있던 상호신용금고(현 상호저축은행)의 경영권을 박탈해 부실을 털어낸 후 새 주인을 찾아줬다. 그 과정에서 이들 벤처사기꾼과 연결돼 있던 권력층으로부터 모함과 의심을 받았다.
▦2003년 카드대란이 터졌을 때도 그는 ‘소방수’로 나섰지만 나중에 감독 부실 문제로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도 휘말렸다. 이들 금융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10여 차례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월에는 부원장 집무실에서 수뢰 혐의로 긴급 체포되면서 가장 큰 위기를 맞는다. 2001년 김흥주 삼주산업회장이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대가로 2억 3,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그는 법정 투쟁을 벌여 1ㆍ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데 이어 최근 대법원에서도 결백을 입증 받았다.
▦그는 “누명을 벗어 다행이지만 실추된 명예는 어떻게 보상 받느냐”며 한탄했다. 무죄가 입증된 것은 김흥주씨의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이 검찰의 협박과 회유로 허위 자백했다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덕분이다. 그의 사례는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와 강압 수사에 개선이 필요함을 다시 알려 주고 있다. 실제로 무고(誣告) 등에 근거한 수사로 억울한 피해를 당하거나 자살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황제테니스 논란으로 수사를 받았던 지인이 화병으로 사망했다며 무고의 문제점을 개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의 피의자 명예훼손도 심각하다. 혐의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대서특필하거나 방송한 후, 무죄가 입증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단신 처리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전 부원장 체포 당시 모 방송사는 사과박스에 돈을 담아 건네는 장면을 재연해서 내보낸 후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도 피의자의 명예가 훼손 당하지 않도록 사실 보도에 힘써야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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