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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 논평] 노출의 정치, 은둔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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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 논평] 노출의 정치, 은둔의 정치

입력
2008.05.1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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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두 달 반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20% 중반으로 떨어져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기를 연상케 한다. 시중에는 짧은 이명박 정부 동안 노무현 정부 5년의 피로감을 이미 다 경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대통령이 죽을 쑤고 있는 반면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그 결과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데 일등공신 노릇을 한 노 전 대통령은 정작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할수록 지지 잃는 이 대통령

사실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이 지면에 썼던 ‘이명박 대통령에게’(2008년 2월 25일)에서 지적했듯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닮은 점이 많다. 위태로운 가벼운 언행과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한 성공신화가 그러하다. 특히 성공신화는 “나는 항상 옳았고 이겼다”는 독선과 오만으로 이어져 노 전 대통령을 수렁으로 몰고 갔고, 이 대통령도 그럴 위험이 크다.

주목할 것은 인기가 없던 노 전 대통령이 인기가 올라간 이유이다. 그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이 과거처럼 노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입을 열어 여론에 노출되면 경박한 언행과 독선적 발상으로 지지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찾아온 방문객들을 만나지만 논쟁적인 이야기 대신 특유의 재담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니 인기가 넘치는 것이다.

반대로 이 대통령의 경우 국민들에게 노출이 될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독선적 생각과 경박한 언행으로 지지를 까먹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사태만 해도 그러하다. 수입 전면화도 전면화지만 정작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여론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이었다. 위험하면 안 사 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발언에 국민들은 어이없어 했다.

8일의 기자간담회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걱정을 끼쳐 드려서 미안하다.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잘 수습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광우병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반대하는 사람들 아니냐”는 음모설을 피력했다.

학교 급식을 걱정해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어 나온 중ㆍ고생들이 FTA 반대라는 고차원적 문제 때문에 거리에 뛰어나왔단 말인가? 나아가 이 대통령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다. 위험하면 우리가 못 먹고, 안 먹는 것”이라고 했다. 굶주림에 “빵을 달라”며 거리로 뛰어나온 민중에게 “배 고프면 케이크 먹지, 왜 그래”라고 응수해 프랑스대혁명을 자초한 왕비 마리 앙뚜아네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사태와 민심의 핵심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학교급식, 매식 등으로 인해 위험하다고 안 먹을 선택권이 우리들에게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수입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안 먹을 선택권이 소비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 단연코 없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쇠고기 소비라는 것이 정육점이나 고깃집에 가서 수입고기를 사먹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나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문제이건만 신문을 안 읽는 것인지, 마이동풍으로 흘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근혜와의 회동도 뜬금없어

결국 기자간담회로 사태를 수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만 가중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뜬금없이 박근혜 의원과의 면담은 또 무엇인가? 박 의원을 만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부적절한 타이밍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이번 면담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인기 하락과 위기가 당내 내분에 있으며 박 의원과의 정파적 화해로 위기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줄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식이라면 이 대통령이 청와대 속에 숨어서 최대한 국민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것이 그나마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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