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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싯다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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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싯다르타

입력
2008.05.1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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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 민음사

부처님오신날이다. 싯다르타는 산스크리트어로 ‘목적을 달성한 사람’이라는 뜻이라 한다. 헤르만 헤세(1877~1962)는 소설 <싯다르타> (1922)에서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을 등장시켜, 참된 자아에 대한 깨달음을 향해 가는 한 인간의 생을 그린다.

“이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 이 세상을 설명하는 일, 이 세상을 경멸하는 일은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이겠지.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바라문 가문의 촉망받는 아들이던 싯다르타가 자아를 찾아 떠난 고행길, 부처와의 만남, 창녀 카말라와의 만남과 사별, 부와 권력의 세속생활을 거쳐 얻은 깨달음을 헤세는 싯다르타와 그의 친구 고빈다의 대화를 통해 이렇게 쓰고 있다. “자네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아니 모든 중생 개개인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바로 그 생성되고 있는 부처를, 바로 그 부처가 될 가능성을 가진 부처를, 바로 그 숨어 있는 부처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되네. 이 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완성을 향하여 서서히 나아가는 도중에 있는 것도 아니네. 그럼, 아니고 말고. 이 세계는 매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체 내에 자비를 지니고 있다네.”

헤세는 <싯다르타> 에 ‘한 인도의 시’라는 부제를 붙이고 있다. 그의 외조부는 저명한 인도학자이자 선교사였고, 어머니는 인도에서 태어났다. 이런 가문에서 자란 헤세는 서른네살이던 1911년 인도 여행을 했고, 1차대전 이후 인류의 혼돈의 시기에 <싯다르타> 를 섰다. 사실 <싯다르타> 의 한 문장 한 문장은 소설이라기보다 동양적 정신세계의 분위기가 물씬한 시다. <데미안> 이나 <지와 사랑> 과는 또 달리, 헤세의 인간에 대한 깊은 시선이 더없이 아름답게 형상화된 작품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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