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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탱크' 달고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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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탱크' 달고 정상에 올랐다

입력
2008.05.13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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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구약 성경 욥기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1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JJB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0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에서 위건을 2-0으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춘 박지성(27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시즌을 빗댄 표현이다.

지난해 8월 시즌 막이 오를 때만 해도 박지성의 미래는 불투명해보였다.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그는 기나긴 재활의 터널에 머물러 있었고 빨라야 올해 초에나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루이스 나니, 안데르손, 오언 하그리브스 등 거물급 선수를 대거 보강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주전 경쟁에서 살아 남을지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지성은 지난해 12월27일 선덜랜드와의 EPL 19라운드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복귀전을 무사히 마쳤다. 예상보다 빠른 그라운드 복귀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무릎 부상을 당하기 전의 날카로움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탓인지 동료들과의 호흡도 원활하지 못했다.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다’는 지역 언론의 비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나며 루이스 나니, 라이언 긱스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됐다는 회의적인 견해마저 흘러나왔다. 그러나 박지성은 시즌 막바지 결정적인 고비에서 맞은 기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회의론’을 말끔히 걷어내며 리그 2연패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맨유 통산 17번째 우승.

박지성은 올시즌 EPL 12경기에 나서 1골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수치로 나타나는 것 이상의 팀 공헌도를 보였다. ‘더블’(EPL, UEFA 챔피언스리그 2관왕)’을 향한 장기 레이스의 종반에 접어들며 가쁜 숨을 몰아 쉬던 맨유에 산소를 불어넣은 이가 바로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4월 이후 맨유가 치른 10경기 중 9경기에 나섰고 팀은 여기에서 7승2무를 기록했다.

특히 ‘더블’의 최대 고비로 평가되던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두 경기를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주어진 임무를 100퍼센트 소화, 이례적으로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박지성의 달라진 팀 내 위상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위건전 선발로 백전노장 라이언 긱스 대신 박지성을 선택한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생애 두 번째 EPL 메달을 목에 건 박지성은 2007~08 시즌의 화룡점정 만을 남겨두고 있다.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첼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그것이다. 아직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하거나 우승을 차지한 아시아 선수는 없다.

박지성이 2007~08 시즌 피날레 무대에서 아시아 축구사를 새로 쓰며 ‘더블’ 달성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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