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여행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어디로’ 숨어야 할까. 세상과 일시적 단절감을 느낄 수 있는 은둔지를 여행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소개한다.
■ 섬 - 단절이 너를 자유케 하리라
섬은 하루 서너 차례만 배가 들고 나는 교통의 한계 만으로도 물리적 고립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여행 고수들은 ‘숨을 만한 섬’으로 충남 보령시 원산도를 많이 추천한다. 서울에서 4시간 가량 걸리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가 큰 장점이다. 대천항에서 30분 정도 걸리는데 여객선이 하루 5번 왕복한다. 긴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해식애가 눈길을 잡고 풍부한 해산물이 입맛을 당긴다.
경남 통영시 외초도는 문자 그대로 잠행을 감행키에 안성맞춤이다. 욕지도 밑에 있는 조그마한 섬으로 주민은 단 2명. 정기적 대중교통 편은 물론 없고, 소형 통통배를 빌려야 입도 가능하다. 욕지도에서 10분 거리다.
경남 거제시의 지심도와 전남 완도군의 여서도 등도 은둔의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좋은 섬들이다.
■ 낚시터 - 고독마저도 감미로운 공간
침묵이 미덕으로 통하는 낚시터도 은둔여행지로 좋다. 멀찍이 떨어져 앉은 강태공들 사이로 흐르는 적막이 사색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물 위에 떠 있는 수상좌대는 은둔여행자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간단한 생필품만 챙겨 들어가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고독을 즐길 수 있다. 일종의 ‘미니 수상가옥’인 셈.
수상좌대가 갖춰진 낚시터로는 경기 안성시 고삼지가 유명하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 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수상좌대 130개가 3,102㎢ 넓이의 호수에 점점이 뿌려져 있다. 1박에 6만원. 끼니는 5,000원 하는 백반 배달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섬>
고삼지와 가까운 안성시 금광지도 가슴에 적막감을 품기에 좋다. 도로에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다. 인근에 소문난 맛집과 고급 숙박시설이 즐비하지만 수상좌대에서의 잠자리는 그 모든 것을 침묵시킨다.
■ 휴양림 - 몸이 원하는 싱그러움
휴양림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 끌리는 은둔지다. 하늘로 쭉 뻗은 나무 사이를 홀로 걸으며 사색에 취해도, 아무 벤치에 앉아 독서에 빠져들어도 좋다. 숲이 있고 사람이 있을 뿐, 마음 가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자연을 만끽한다.
전북 무주군의 덕유산 자연휴양림은 오지의 고립감과 숲의 싱그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 울창한 낙엽송과 잣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가장 작은 방갈로의 숙박비는 주말ㆍ성수기에 5만5,000원. 진정한 은둔여행을 추구한다면 하루 2,000원으로 야영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충남 보령시 오서산과 경기 포천시 운악산, 강원 인제군 방태산, 홍천군 삼봉, 경북 청도군 운문산, 충북 단양군 황정산 등도 대표적인 자연 휴양림이다.
■ 피정 – 경건하고도 여유로운 잠행
경건한 마음으로 차분히 머리를 식히고 싶다면 종교시설에 기댈 만하다. 가톨릭단체 등이 운영하는 피정 프로그램이 유용하다. 불교의 템플스테이는 정해진 틀이 다소 엄격해 자유로운 은둔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주 한림읍의 성이시돌 피정센터는 휴양지의 여유로움에 종교적 경건함이 곁들여진 곳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미사 등 정해진 종교행사가 있지만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3박 4일에 항공료 포함 34만9,800원이 든다(7, 8월 등 성수기엔 38만9,000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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