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공화국' 대한민국, 아리따운 드레스를 차려 입고 각종 시상식장 입구 포토월에서 카메라를 향해 우아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여배우들의 세리머니는 어느새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으니, 이른바 '뒤태 포즈'. 드레스의 등 부위가 U 또는 V라인으로 깊게 파여 허리부터 힙 선까지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젊은 여성들이 이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보일 듯 말 듯 은근하게 등 라인을 노출하거나,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뒤태에 포인트를 준 옷차림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패션 센스를 판단하는 기준이 뒤태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남성들 입장에서는 가슴 쪽에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여성을 볼 때 섹시함을 느끼지만 여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기준은 다른 것 같아요. 뒤태에 대한 관심은 전적으로 여성들의 것이죠. 지적인 느낌과 섹시한 분위기를 동시에 연출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패션 칼럼니스트 황의건씨의 말이다.
특히 마른 체형의 여배우들이 많아지면서 가슴 사이가 깊게 파인 클리비지 룩으로는 눈길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한 탓도 있으리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비단 여배우들 만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옥션의 여성의류 담당 송하영씨는 "여성 연예인들 사이에 뒤태 패션이 확산되면서 개성 표출 차원을 넘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던 뒷모습을 매력 포인트로 탈바꿈시키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여름을 겨냥해 등이 노출되는 홀터넥(팔과 등을 드러낸 채 목 부분만 묶는 옷)이나 등에 절개가 들어간 패션 아이템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옥션의 경우 뒤태 패션이 각광받으면서 지난해 500여종에 그쳤던 홀터넥 판매가 올해는 1,500여종으로 3배나 늘었다. 어깨를 드러내고 목 뒤로 끈을 감아 매는 홀터넥은 등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아이템이다. 시원하면서도 섹시함이 돋보여 바캉스 시즌에 인기를 얻던 홀터넥이 최근에는 미니원피스에 결합된 '홀터넥 원피스'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뒷부분의 디테일이 화려한 제품도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끈다. 멋스런 뒷모습을 연출하도록 뒷목에서 등으로 내려오는 부분에 X자 모양의 끈을 묶게 한 제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뒷면의 디테일에 포인트를 주는 것은 노출 의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장으로 입을 수 있는 블라우스의 경우도 리본과 단추로 장식을 더해 뒤태를 강조한 제품이 나와 있다. 우아함과 섹시한 느낌을 동시에 강조한 이같은 장식은 원피스로도 선보이고 있다.
모그에서는 허리 부분에 얇은 밴드를 넣어 뒤쪽에서 리본으로 장식할 수 있게 한 원피스와, 등 윗쪽에 큐빅이 부착된 꼬임 장식을 넣은 원피스 등 전체적인 컬러와 실루엣은 단순하지만 뒷모습에 포인트를 준 제품을 출시했다.
모그의 정혜영 디자인실장은 "지난 시즌까지 패션계를 지배했던 미니멀리즘이 올 봄여름 시즌부터 로맨티시즘과 결합하면서 장식이나 색감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특히 앞면은 심플하게, 뒷면은 디테일을 통해 포인트를 가하는 방식으로 약간의 반전 효과를 주는 제품들이 여럿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뒤태 아이템은 등 부분에 세로형 절개 또는 단추로 포인트를 더한 셔츠다. 주로 7분 길이 또는 민소매 티셔츠와 레이어드해서 입으면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의 연출이 가능하다. 절개형 아이템도 앞모습은 무난하지만 등 부분에만 절개로 포인트를 줘 은근한 섹시미를 풍긴다.
최근에는 청바지의 경우도 뒤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엉덩이 주머니에 큐빅을 달거나 독특한 소재의 부자재를 부착한 제품이 다양하게 나온다.
노출로 뒷면을 강조한 의상을 입을 때는 주의할 점이 많다. 속옷은 가슴 패드가 들어있어 브래지어와 겸해 입을 수 있는 러닝셔츠 형식의 제품이나 붙이는 속옷을 착용하는 게 좋다.
홀터넥 스타일은 어깨가 강조돼 보일 수 있어 어깨가 넓은 여성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무엇보다 뒤태에 시선이 집중되는 의상을 입을 때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 몸에 꼭 맞는 의상을 입고 척추를 꼿꼿이 세웠을 때라야 은근한 섹시미가 빛날 수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