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지난 주말 회동 결과를 두고 친박 진영은 “이러려면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잔뜩 볼이 메었다. 최대 관심사였던 복당 문제에 이렇다 할 구체적 합의가 없었던 데다 오히려 ‘일괄 복당’에 대한 이 대통령의 소극적 의사만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 자신도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정치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친박 진영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복당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자세에 적잖은 변화가 엿보였다.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식적 입장이 ‘복당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 또는 ‘논의하더라도 전당대회 이후에 하자’는 데 머물러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친박연대 등 한나라당 외부 친박 세력의 복귀에 대해 “개인적 거부감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이 문제를 한나라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말로 현재의 ‘보류’ 자세에 반대한 데다 논의시기에 대해서도 “전당대회 때까지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혀 조기 매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이 대통령은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말로 적극적 개입 인상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적극적 ‘개입’을 기대했던 박 전 대표 측으로서야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청와대와 당의 형식적 분리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듯한 모습이 부담스러울 수야 있지만 이왕에 형식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한 마당이라면 더 진전된 발언이 나올 법했다.
그러나 전임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게 자기 집착이 강한 이 대통령이 이 정도로 얘기한 것은 정치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각오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강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에 재차 공을 떠넘긴 것만으로도 친박 진영이 일방적으로 실망할 일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 확보한 작은 공감대를 키워 나가는 자세다. 작은 합의를 기정사실화, 살을 붙이려는 노력을 거듭하다 보면 전면적 해결로 갈 수 있지만 ‘서로 다르다’는 데 매달리다 보면 어렵사리 이룬 합의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양쪽 모두에 필요한 것은 이런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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