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부가 초강력 사이클론의 피해자를 돕겠다는 외국 구호요원의 입국은 거부한 채 현금과 물품만 받겠다고 요구해 비난을 사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8일 구호물품을 가지고 항공편으로 양곤 공항에 입국한 카타르의 구호활동 요원과 언론사 기자들을 도착 즉시 추방했다. 미얀마 외무부는 “국제사회의 지원 품목 중 의약품, 식료품, 의류 등 물품과 현금만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의료진을 포함한 수색ㆍ구호팀과 기자는 받아 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유엔의 실사단원도 구호물품을 실은 항공편으로 양곤 공항에 도착했으나 입국이 거부됐다. 유엔은 해외 구호요원의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인도주의 활동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입국 거부는 미얀마 정부가 구호팀과 기자들을 통해 반체제 사상이 유포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8일 현재 미얀마에 구호물품을 보내는 데 성공한 국제기구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국제적십자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얀마 외무부는 이날까지 11대의 외국 전세기가 허가를 받고 입국했다고 밝혔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미국 구호팀이 미얀마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미얀마 군사정부가 입국을 허가하지 않으면 항공편으로 피해지역에 구호물자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앞서 3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었다.
라이스 장관은 또 피해 지원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얀마 사태가 정치 문제가 아니라 자연 재해이므로 유엔 식량농업기구 등이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늦어지면서 사이클 피해가 가장 큰 이라와디 삼각주 일대는 말라리아 등이 창궐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이 지역은 더러운 물을 식수로 사용하면서 어린이의 20%가 설사병에 걸렸으며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
한편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에 따른 수급 불안으로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쌀 가격은 100 파운드당 21.6달러로 전일 대비 2.4% 뛰었다. FAO는 사이클론 피해로 미얀마의 4~6월 쌀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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