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다. 일단 청문회를 통해 FTA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지만 지난번 쇠고기 청문회에서 보듯 야당의 혹독한 매질이 기다리고 있어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무사히 청문회를 마치더라도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FTA 통과가 불투명하다. 5월 국회 처리를 강조해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당초 한미 FTA를 경제 드라이브의 기폭제로 삼으려 했다. 총선 후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최우선 순위로 꼽은 민생과제도 FTA였다. 대외적으로는 FTA를 조기에 비준해 미 의회를 압박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FTA가 오히려 이 대통령을 옥죄는 형국이다. 광우병 파동에 밀려 FTA는 쇠고기 개방문제의 아류 정도로 취급되는데다 잇따른 당ㆍ정ㆍ청 협의도 “FTA를 조속히 통과시킨다”는 원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홍보라인을 질타했다는 말도 들리지만 딱히 묘수는 없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FTA가 옥동자인 줄 알았는데 도리어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FTA 처리가 지연되면 이 대통령의 정치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스스로 FTA를 5월 국회 소집의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쇠고기 파동으로 정국이 경색되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이 별 소득없이 끝난 데 이은 악재다. 이 대통령이 최근 이례적으로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FTA 처리 협조를 당부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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