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개막 전, LA 다저스에 박찬호(35)의 자리는 없었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던 박찬호는 주저 없이 짐을 싸 남가주대(USC)로 향했다. 과거 그의 ‘전담 포수’(Personal catcher)였던 채드 크루터(44)가 야구팀 감독을 맡고 있는 곳이었다.
박찬호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빅리거로서의 전성기를 크루터와 함께 했다. 박찬호가 선발 등판할 때마다 마스크를 썼던 크루터는 박찬호의 투구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마력이라도 갖고 있는 듯 했다. 박찬호는 크루터와 호흡을 맞춘 2000년 내셔널리그 다승 5위(18승) 평균자책점 7위(3.27)에 올랐고, 2001년에는 올스타에 뽑혔다. 그리고 FA 자격을 획득한 박찬호는 5년간 6,500만달러(약 656억원)의 ‘대박’을 터트리며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를 전전한 박찬호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어느덧 30대 중반. 모두가 그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박찬호가 크루터를 다시 찾은 것은 숙명과도 같았다.
USC에서 오프 시즌 동안 크루터와 함께 훈련에 몰입한 박찬호는 빅리그 엔트리 진입에 성공했고, 어느덧 5선발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LA 지역 신문인 LA타임스는 11일 ‘박찬호와 크루터의 찰떡 궁합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통해 ‘박찬호가 최근 다저스에서 호투를 거듭하고 있는 데는 크루터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이색 분석을 내놓았다.
5년전 빅리그에서 은퇴한 후 지난해부터 남가주대 감독을 맡고 있는 크루터는 “박찬호가 다시 돌아와 매우 기쁘다. 만일 박찬호가 다저스를 떠나지 않았다면 완전히 다른 성적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최근 2경기 연속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을 다시 높였다. 박찬호는 1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과의 홈경기에서 0-5로 뒤진 6회 구원 등판, 3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총 투구수 36개 중 스트라이크가 23개일 정도로 컨트롤도 안정됐고, 직구 최고 구속은 95마일(153km)로 전성기 때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 5일 콜로라도전 이후 7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평균자책점은 2.45에서 2.16으로 좋아졌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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