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식량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엊그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식량난이 심각한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및 국제기구와 협의 중”이라며 이 같은 방침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달 들어 북한 곳곳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1990년대 중반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대규모 기아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정부는 그 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먼저 북측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숙이고 먼저 손을 내밀 북한이 아니다. 무익한 기 싸움에 매달려 식량구호 기회를 놓친다면 큰 죄악이다. 늦게나마 정부가 북한주민을 지원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아 나선 것은 잘 한 일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지원은 남측이 직접 지원하는 경우보다 주민들에게 식량이 분배되는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미국이 북핵 신고 진전을 계기로 북한에 지원할 50만 톤의 식량을 WFP 등 국제기구를 통해서 보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을 보내는 것은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시일이 걸린다는 점과 직접지원과 달리 대북 지렛대 확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북한주민에게 남측이 보낸 식량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접적인 식량 지원은 남북 당국간 회담이나 적십자사를 통해 보내는 것만큼의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북측과 직접 식량지원을 협의할 수 있는 통로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북미간 협상을 통해 핵 신고 문제 등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과거와는 달리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함으로써 소외를 자초했다. 조만간 북 핵 폐기 단계 진입과 함께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될 조짐이다. 이런 때에 정부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북 직접 식량지원 등 다양한 지렛대를 활용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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