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81세 老母의 모정 영국 울리다/ 50대 아들에 콩팥이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81세 老母의 모정 영국 울리다/ 50대 아들에 콩팥이식

입력
2008.05.13 02:26
0 0

“80대 노모의 가이 없는 사랑이 꺼져가던 아들의 생명을 구했다.”

영국에서 최근 81세의 할머니가 당뇨병으로 투석에 의존하다가 병세가 악화하면서 죽음의 문턱에 선 50대 아들에게 왼쪽 콩팥을 떼어줘 새 삶을 찾게 한 감동의 스토리가 연일 화제를 부르고 있다.

선데이 피플과 이브닝 스탠더드 등 현지 언론이 11일 소개한 바에 따르면, 데이비드 라이트(51)는 만선 신부전증 환자로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목숨의 위독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라이트의 아내와 딸은 신장 기증을 신청하고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0세의 아버지도 생존하고 있으나 암을 앓고 있어 이식 대상에서 배제됐다.

그런데 라이트와 가장 가까운 혈족 가운데 유일하게도 어머니 크리스틴 라이트가 이식할 수 있는 콩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에다가 건강 상황 등에서 어머니의 신장을 성공적으로 아들이 이식받는 것은 100만분의 1 확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집도의사의 소견이었다.

그래도 아들을 어떻게 살려 보겠다는 어머니의 모정에 마음이 움직인 의사들은 수술을 결심했고 마침내 지난달 4일 모자가 나란히 수술대에 누웠다. 먼저 어머니의 콩밭 적출에 나선 의사들은 크리스틴 라이트가 40대의 건강한 신장을 갖고 있는데 놀랐다.

집도의들은 이를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식수술도 잘 진행돼 어머니와 아들 모두 며칠 만에 귀가할 수 있었다.

이로써 크리스틴 라이트는 아들의 목숨을 구한 기쁨에 더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이에 장기를 기증한 사람이란 영예까지 얻게 됐다.

데이비드 라이트는 잉글랜드 스토크 온 트렌트에서 컴퓨터 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아내와 딸 둘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 왔다.

라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I형 당뇨병으로 시달리다가 증세가 악화해 두 다리를 절단하기까지 했다. 4년 전에는 슈퍼 바이러스에 감염돼 2년간 생명유지 장치에 의지, 생명을 유지했으나 의료진으로부터 이식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언제 사망할지 모른다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다급해진 52세의 아내 케이가 먼저 신장 기증을 자원하고 혈액형과 조직 검사를 거쳤으나 맞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 안나(25)와 엠마(9) 두 딸도 검사를 받았으나 마찬가지였다.

라이트는 독자이기 때문에 엔지니어 출신인 아버지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암에 걸려 검사조차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나 장기이식 전문의들은 그가 라이트에 이식하기 적합한 콩밭을 가질 확율이 100만분의 1에 불과해 검사에도 난색을 표시했다.

더욱이 비록 크리스틴이 동연령대와 비교해 건강하지만 대수술을 감내하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른 기증자를 기다리자는 게 의사들의 견해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만큼 살았으며 내 목숨은 더 이상 아쉬울 게 없다. 내가 죽더라도 데이비드를 살릴 수 있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아들이 아직 젊이니 한번 기회를 더 주자”고 오히려 집도의들을 설득했다.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자식 사랑에 감동한 의사들이 그제서야 화학검사에 나선 결과, 혈액형과 조직 검사가 전부 아들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틴 라이트는 평소에도 남을 잘 도왔으며 주변의 불편한 노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쏟아 왔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