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9일 진보 성향 단체 중심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및 촛불문화제가 열린데 이어 보수 성향 단체들이 다음 주부터 서울 도심 등에서 대규모 선전전을 전개하기로 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진보ㆍ보수 진영간 이념 대립 및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참여연대 등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긴급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시민 1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문화제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미국과의 재협상을 정부에 요구했다.
부산 서면, 인천 부평, 대전 은행동, 광주 금남로, 경기 수원, 강원 원주, 전북 전주, 경남 창원 등지에서도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주축이 된 촛불문화제가 동시에 열렸다.
청계광장 집회에 참석한 김모(16ㆍ고1) 양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청문회를 통해서도 별로 바뀌는 게 없어 앞으로도 계속 참석할 것”이라며 “부모님께서도 시간이 없어 못 오신다며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김양은 또 “학교에서 수요일 집회 이후 교내방송을 통해 집회 참석 사실이 적발되면 벌점을 준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수 성향 단체들은 “광우병 괴담과 촛불 집회에 배후세력이 있다”고 배후론을 거론하면서 미국산 수입 지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라이트코리아 등 30여 개 보수단체가 모인 국가쇄신국민연합은 이날 한국진보연대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을 허위사실 유포 및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는 “이들 단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보다는 반미투쟁과 현 정부 전복 등 정치적 목적에서 촛불집회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부문건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봉 대표는 “광우병 괴담을 불식시키고 제대로 된 진실을 알리기 위해 홍보전단 수백만 장을 만들어 도심과 중고교 앞에서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승리 회장은 “우리 경험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려 한다”며 “30개월 쇠고기도 먹었지만 지금껏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김길남 상임고문은 한 미주지역 주부모임이 진행 중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서명운동’에 대해 “단언컨대 수십 명에 불과하다”며 “50년간 그 쇠고기를 먹고 지낸 사람으로서 매우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쇠고기 수입 재협상 실행을 요구하는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1%도 되지 않는 광우병 검사비율로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장담하기엔 큰 무리가 있다”며 “정부는 이번 협상을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고시한 ‘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입법예고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장관에게 위임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입법예고는 미국과의 합의를 한글로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국민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했다”고 주장했다.
이영창 기자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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