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대구에서는 독거노인 강모(71)씨가 처지를 비관해 음독 자살했다. 결혼해 따로 사는 아들이 있었지만, 지난해 말 40년 가까이 주변의 부러움을 살 만큼 금슬을 자랑해온 부인과 사별한 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인생의 황혼에 스스로 삶을 버리는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외로움과 생활고, 신병비관, 자식들의 학대 등 이유는 제 각각이다. 전문가들은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자식들의 세태 속에서 노인들을 위로하고 돌볼 사회안전망이 매우 허술한 것도 노인 자살 급증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12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 사망률은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1995년과 2005년 전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8명에서 26.1명으로 120%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60대 초반(60~64세)의 자살률은 17.4명에서 48명으로 175%, 70대 후반(75~79세)은 27.5명에서 89명으로 무려 223%나 높아졌다. 특히 80대의 경우(80∼85세) 1995년 30.2명에서 2005년 127.1명으로 4배 이상 폭증했다.
60세 이상 전체 자살자 수는 가장 최근 통계인 2006년의 경우 4,644명에 달했다. 하루 12.7명 꼴로 세상을 등진 것이다. 이는 5년 전인 2001년(1,890명)에 비해 역시 크게 늘어난 수치다.
60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남자가 여자에 비해 자살률이 훨씬 높은 점도 눈에 띈다. 2005년에 70∼74세 노인 자살자가 여자는 41.4명에 그친 반면 남자는 125.4명이나 됐다.
이웃 일본과 비교할 경우 전체 자살 사망률은 전반적으로 엇비슷하다. 하지만 유독 노인 자살률은 한국이 매우 높았으며, 특히 7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일본(인구 10만 명당 32명)보다 두 배 이상(83명) 많았다.
전문가들은 사회 풍토가 부모의 자녀 부양에서 국가 부양으로 옮겨가는 전환기에 노인들이 무방비 상태에 놓인 점이 자살률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류지형 과장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노인 자살률이 낮은 것은 사회복지기반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우리 나라는 급격한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의 정서적 유대감 및 사회적 관심 약화가 노인자살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우리를 보살폈던 그 손, 이제 우리가 잡아드려야 할 때입니다’라는 메시지의 공익 광고를 만들어 31일까지 공중파 TV를 통해 방영하는 한편 8월말까지 수도권 지하철 역사 및 차량을 통해 내보내 노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환기시킬 계획이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