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영화 보고, 시나리오 읽고, 영화음악 듣고, 영화 책도 뒤적이고…. 그렇게 영화에 푹 빠져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을까.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조선희)이 9일 청사 내 한국영화박물관 개관으로 영화 아카이브(archive)로서의 진용을 완성했다. 영화 아카이브란 필름 수집과 보존, 영화사 연구, 영상 콘텐츠 개발 등을 맡은 기관.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런 딱딱한 이름과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 이곳의 매력은 대중에게 개방된 다양한 서비스 시설과 프로그램에 있다.
지하 2층, 지상 4층의 널찍한 공간에는 각종 연구 시설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열람실, 상영관 등 일반인들을 위한 시설이 고루 갖춰져 있다. 서울 상암동 DMC단지 문화콘텐츠센터라는 갑갑한 명칭의 빌딩 속에 숨어 있는 이곳은, 알고 보면 영화 마니아들이 환장할 영화 ‘놀이공원’이다.
■ 시네필의 보물창고, 영상자료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설마 이것까지 있을까’ 싶은 자료들이 거짓말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다. 1930년대 무성영화부터 갓 출시된 오락영화 DVD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비치자료는 DVD 8,500여점과 VHS 3,200여점. 26인치 LCD TV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개인 부스와 2인용 커플석이 각각 17석, 7석 마련돼 있다. 미리 신청하면 63인치 홈시어터 시설이 갖춰진 10석 규모의 독립 감상실도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무료. 토ㆍ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자료실에는 각종 문서 자료도 빼곡 들어차 있다. 시나리오 1만 3,500여점, 도서 3,500여권, 논문 1,700점 등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영화와 관련한 기사와 평론, 포스터, 사진 등을 검색ㆍ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도 완비돼 있다.
영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감상석도 따로 있다. 서울 본원뿐 아니라 춘천 부천 부산 분원도 영상자료실을 운영한다. 한국 고전영화 170여편은 홈페이지(www.kmdb.or.kr)를 통해 VOD서비스도 실시한다.
■ 독특한 멀티플렉스, 시네마테크 KOFA
영상자료원이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시절 고전영화관으로 불렸던 상영관이 ‘시네마테크 KOFA’라는 이름의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했다. 각각 328석, 150석, 50석 규모의 상영관 3개가 마련돼 있다.
외양이나 음향시설 모두 일반 개봉관에 뒤지지 않는다.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영화들, 개봉 당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영화들이 상영시간표를 채우게 된다. 고전ㆍ예술 영화를 중심으로 국내외 독립영화와 최근작도 상영한다.
■ 한눈에 보는 영화사(史), 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 1903년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영화사를 4개의 시기로 나눠 전시한 ‘한국영화 시간 여행’, 일제시대 문예봉부터 월드스타 전도연까지 12명의 여배우를 통해 시대문화사를 되짚어보는 ‘여배우 열전’이 상설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다.
‘영화의 원리 존’과 ‘애니메이션 존’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도 있다. 1930년대 대표적 극장인 원각사를 재현한 ‘무성영화극장’에서 당시의 영화관 분위기도 느껴볼 수 있다.
■ 개관기념영화제 25일까지… 국내외 고전 58편 상영
한국영상자료원은 정식 개관(9일)을 맞아 25일까지 개관기념영화제를 연다. 모두 58편의 국내외 고전이 7개 섹션으로 나눠 상영되며 1934년작 <청춘의 십자로> (감독 안종화)가 개막작,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홍길동> (1967년ㆍ감독 신동헌)이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수집과 복원을 통해 되살아난 영화들, 70, 80년대 추억의 외화들이 상영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상영작 확인 및 예매는 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와 맥스무비(www.maxmovie.com)를 통해 할 수 있다. 홍길동> 청춘의>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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