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초부터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동남아시아나 중국처럼 ‘토착화’하는 징후마저 감지되고 있어 새로운 차원의 방역대책이 요구된다. 겨울철에 철새에 의해 유입되던 ‘계절 바이러스’가 아니라 국내 가금류 체내에 남아 계절과 무관하게 발병하고 전파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우려했던 대로 변이나 변종으로 진화할 수 있고, 인체 감염 가능성 등에서 종전보다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포착된 AI는 인체감염이 가능한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는데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인근 지역으로도 퍼졌다. 부산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서울시는 어제 오전 부랴부랴 시내 전 지역의 닭과 오리 등 야외 사육 가금류의 살(殺)처분을 완료했다. 동남아나 중국에서 오리는 내성이 강해 AI 감염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 우리의 경우 오리는 물론 꿩까지 매개체로 밝혀졌으니 예사롭지 않다.
안이한 대응으로 화를 키운 정부와 방역당국은 이제라도 특단의 대책 마련에 머리를 짜내야 한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은 인구가 밀집해 있고 비둘기나 참새 까치 등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여 새로운 형태의 ‘도시형 AI 대책’도 시급한 상황이다. 오리가 매개체가 될 줄 몰랐듯이 주변의 다른 조류들도 AI를 옮기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변이ㆍ변종 바이러스와 토착화에 대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AI가 발생하자 일본은 즉각 정부 차원에서 백신(타미플루) 비축량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이제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보다 상황이 덜 심각했던 2006년에도 국내에서 AI가 인체에 감염됐던 사례가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AI에 걸린 조류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닭과 오리를 익혀 먹으면 인체에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나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 만반의 대책을 세워놓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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