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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폐장 건설현장에 가다/ 주민 반대 '옛날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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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폐장 건설현장에 가다/ 주민 반대 '옛날 얘기'

입력
2008.05.13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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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울산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40여분을 달리자 집채만한 크기의 동굴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우주의 ‘블랙홀’을 보는 듯하다.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고, 땅파기 공사에 열심인 불도저와 굴삭기 등 중장비들의 굉음만 요란하다.

바로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건설 중인 중·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경주 방폐장) 공사 현장이다. 불과 1년 전 이 지역 주민들이 연일 방폐장 건설 반대 시위를 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됐던 곳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직 주요 시설이 들어서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다.

방폐장건설처 박복옥 건설추진실장은 “지난해 11월 착공식 이후 종합 공정률이 26%에 달한다”며 “지역 주민들도 건설에 협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주 방폐장 1단계 사업은 내년 말 준공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총 사업비 1조5,000억원을 들여 210만㎡ 부지에 10만 드럼 규모의 처분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나머지 70만 드럼 시설은 이후 단계적으로 증설한다.

1단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아시아 최초의 동굴처분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하 80~130m 깊이의 화강암 바위 속에 수직원통형 인공동굴을 만들어 폐기물을 보관한다. 일본의 경우 지하를 파고 그 위에 일반 저장소를 짓는 천층식이다. 경주 시민들이 투표로 결정한 동굴처분 방식은 천층식에 비해 투자비가 10배 가량 더 드는 단점이 있지만, 안전성과 환경성 측면에서 훨씬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9일 착공식 이후 방폐장 부지 210만㎡의 매수를 모두 끝낸 상태다. 아직 부지 내에 7가구가 남아 있지만, 조만간 다른 곳으로 집단 이주할 방침이다.

하지만 방폐장 건설사업이 마냥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검사장 등 지상 지원시설에 대한 관계 당국의 건설ㆍ운영허가가 늦어져 종합 공정률이 당초 계획보다 약간 더뎌지고 있다. 지상 지원시설의 경우 이달 중 공사에 착공해야 내년부터 시험 가동이 가능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안정성 평가 등을 이유로 건설ㆍ운영허가를 늦추고 있고 현재로선 착공 시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정기진 방폐장 건설처장은 “건설· 운영허가 지연으로 어려움은 있으나, 조만간 허가가 나오는 대로 건설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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