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쓰러진 학생을 교사가 적절히 돌보지 못했다면 학교측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모 지방 고교 1학년생이던 A군은 2003년 10월 체육시간에 팔굽혀펴기를 10회 가량 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체육교사는 A군의 호흡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눕혔다가 1,2분이 지나도 변화가 없자 수분간 팔ㆍ다리 마사지를 시켰다.
이후 A군은 양호실로 옮겨졌고, 양호교사는 A군의 호흡이 정지된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쓰러진 뒤 14분이나 흘러 병원에 도착한 A군은 급성 심장정지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에 준하는 상태가 됐고 A군 가족은 학교 운영주체인 경상남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 1심은 “교사의 과실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교사로써 학생 중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조치를 하고, 즉시 병원으로 옮길 의무가 있다”며 학교측 책임을 20% 인정, 치료비 위자료 명목으로 9,500여만원 배상을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도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은 “체육교사는 호흡여부를 확인한 뒤 응급조치 등을 해야 하는데 이를 지체하다 뒤늦게 양호실로 옮긴 과실로 인해 A군 상태가 악화됐다고 판단한 원심이 옳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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