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의 여파로 4월 생산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와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물가 폭등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실물경기 침체도 뚜렷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에 진입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은행의 ‘4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9.7%나 급등,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11.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3월 대비 상승률(2.6%) 역시 98년 1월(4.3%)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 들어 생산자물가(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월 5.9%, 2월 6.8%, 3월 8.0% 등으로 갈수록 오름 폭이 커지고 있다.
오름세를 주도한 품목은 원유, 곡물, 금속소재 등 국제 원자재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공산품. 음식료품, 석유ㆍ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공산품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6%나 상승, 역시 1998년 10월(13.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연일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원ㆍ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올라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태 총재도 전날 금리 결정 직후 “소비자 물가가 앞으로도 여러 달 한은의 목표 상한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년8개월만에 4%대에 재진입한 소비자물가(4.1%)의 상승행진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생산자물가는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역시 오르막 국면에 본격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내수 위축에 의한 경기 둔화도 뚜렷해졌다. 기획재정부는 9일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우리 경제는 경기 정점을 통과해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추경 편성 등 경기부양을 위해 이미 경기 하강을 공식 선언했지만, 공식보고서를 통해 밝히기는 처음이다.
재정부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고유가 등으로 물가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1분기 민간소비는 지난해보다 3.5% 증가하는데 그쳤고, 설비투자도 전분기보다 0.1% 줄었다. 고용도 심각하다. 고용도 임시ㆍ일용직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크게 줄어들어 1년전과 비교해 18만4,000명증가에 그쳤다.
재정부는 “향후에도 세계경기 둔화, 유가 및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추가적인 경기 위축이 우려된다”며 “경기 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경기부양 대책이 마땅치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경기를 띄우기 위해 추경 편성 등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갈수록 물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용식 기자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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