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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가졌어도 나에게 세 딸은 모두 축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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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가졌어도 나에게 세 딸은 모두 축복… "

입력
2008.05.13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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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성근위축증(SMA)입니다”

‘혹시나’했던 불길한 예감이 현실화한 순간 40대 김모씨 부부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두 딸과 자신들을 괴롭혔던 그 질환이 결국 셋째 딸에게도 나타나고 말았다.

김씨 부부의 불행이 시작된 것은 1992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첫 딸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병원은 SMA라는 진단을 내렸다.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원이 퇴화해 근육이 계속 위축되는 일종의 유전자 질환이었다. 설상가상으로 96년 태어난 둘째 딸 역시 생후 4년 뒤부터 같은 증상을 보였다.

불안감 때문에 7년을 흘려보내고 2003년에야 세 번째 아이를 갖게 된 김씨 부부는 A대학병원에서 산전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이들은 “태아에게 유전자 질환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에야 가벼운 마음으로 셋째 딸을 낳았다. 그러나, 셋째 역시 생후 1년 뒤 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SMA 판정을 받았다.

김씨 부부는 2005년 잘못된 산전 검사를 이유로 A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신체가 불편한 딸들을 양육하며 소송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첫째 딸은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법정에 출석해 부모에게 힘을 보탰다. 남편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세 딸은 모두 나에게 ‘축복’이었습니다”라고 말해 법정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3년 여의 긴 소송 끝에 김씨 부부는 최근 재판부로부터 ‘병원측은 1억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결정을 받아냈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이인복)는 “피고측 과실로 장애가 발생한 것이 아니며, 판결로 병원 책임이 인정될 경우 향후 병원의 유전자 검사 회피나 과도한 낙태 권유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 대신 조정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궁극적으로는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장애아의 재활문제를 떠맡고 있으면서도 새 생명의 탄생에 감사하면서 세 자녀의 재활을 위해 애쓰는 원고들의 따뜻한 마음과 굳은 결의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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