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 추진과 반미 노선, 거침 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53) 대통령이 이번에는 전처를 상대로 딸의 양육권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두 번째 아내로 2004년 갈라선 마리자벨 로드리게스(43)는 최근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베네수엘라 법원이 7일 딸 로시네스(10)의 친권 문제와 관련, 자신이 피소됐다는 것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변호사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걱정했으나 더이상 자세한 사항에 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다만 그는 9일 현지 라디오 카라카스와의 회견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해 딸을 빼앗아 가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로드리게스는 이어 "차베스 대통령은 로시네스를 정상적인 환경에서 키울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 붙였다. 11일 AP 통신은 차베스 대통령의 보좌관에게 딸 친권소송에 관한 확인과 논평을 요청했으나 아직 회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도 9일 연설을 하는 동안 로드리게스의 주장에 단 한 마디의 대응도 하지 않았다.
로드리게스는 10년 연상인 차베스 대통령과 1997년 결혼해 다음해 남편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자 퍼스트 레이디가 됐다. 하지만 2002년 별거에 들어 간 이래 로드리게스는 딸과 함께 고향인 라라주의 바르키시메토에서 살아왔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전처의 훼방으로 인해 딸과 만날 수 없다면서 계속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법에 호소하겠다며 위협을 했다. 이와 관련, 로드리게스는 차베스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며 오히려 그가 합의이혼 당시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혼 협약서에 따라 딸을 위해 일정액을 은행에 예치해야 하지만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로드리게스는 분개했다. 더욱이 로드르게스는 차베스 대통령이 로시네스의 건강보험료와 교육비조차 지불하지도 않았고 딸을 부르거나 찾는 것도 게을리했다고 공박했다.
그는 차베스 대통령에 대해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좋은 구석이 전무한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이런 전 남편의 행태를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베스 대통령과 이혼 후 언론과 대면을 피하고 조용히 살아온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말 전 남편이 영구집권을 위해 대통령 중임제한을 철폐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려 하자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국민투표가 결국 부결된 이후 정치 행보를 본격화한 로드리게스는 야당에 의해 바르키시메토의 시장 선거 후보로 추천되는 등 반 차베스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신문사 편집자, 아나운서와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는 로드리게스는 어린이 잡지를 발행하고 TV와 라디오의 앵커로도 활약하고 있다. 올 들어 차베스 대통령의 좌파 지지세력은 정국을 혼란에 빠트리고 현 정부를 동요시키기 위해 친미 민병대와 미국인들이 로드리게스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로드리게스와 헤어진 뒤에는 지금까지 독신으로 있는데 첫 번째 부인 알리시아 피에트리 데 칼데라, 로드리게스 사이에 모두 1남3녀를 두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다시 결혼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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