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슈카 글ㆍ비르지닌 브로케 그림ㆍ김주경 옮김/다림 발행ㆍ159쪽ㆍ8,500원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자폐아를 어떻게 세상 속에 섞이게 할 수 있을까?
새 아파트로 이사온 중학생 루시의 계획은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과 친해지는 것. 그러나 윗층에 사는 갈색머리 소년 마튜를 만난 뒤 그 계획은 전면수정된다. 마튜는 텔레비전에서 일기예보만 나오면 어쩔줄 모르고, 버터코코넛 과자를 쥐어주면 부서질 때까지 쥐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만 보면 반복적으로 쓸어 내리는 행동을 보이는 자폐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폐증을 ‘폐와 관련된 병’ 정도로 알았던 루시. 부모님은 마튜를 만나는 일을 탐탁치 않게 여기지만 루시는 웬일인지 마튜의 행동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온다. 마튜가 공허한 눈빛으로 자신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쓰다듬을 때 다른 아이라면 귀찮아 하겠지만 루시는 “그 아이가 내게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주인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고양이가 되어있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루시처럼 차이를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바라보는 마음씨만 있다면 자폐아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마튜의 손을 잡고 거리로, 공원으로 산책을 나서며 마튜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 루시는 마침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한 정신질환’이라는 자폐증의 사전적 정의를 ‘정상을 넘어설 정도로 내면세계에 깊이 파고 들어서, 현실과 강렬하게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그 소통한 사물이 되어버리는 증상’이라고 새로 규정한다.
‘마튜는 상상 속에 카멜레온이 있는 아이’ ‘보통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을 보는 특별한 눈을 보는 아이’ ‘우리가 마음의 눈을 열 때만 보이는 요정’ … 마튜에 대한 루시의 애정을 묘사하는 대목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인간적이다. 이 작품에서 자폐아라는 무거운 주제를 밝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코슈카(44)는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가. 실제로 자폐아인 맏아들 마튜를 보며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단순한 자폐아에 대한 태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져가는 세태를 꼬집으며, 포용의 메시지를 역설하는 작품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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