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포천시 신북면 ‘포천 아트밸리’. 400m에 달하는 가파른 진입로를 허위허위 올라가니 거대한 화강암 절벽이 눈에 들어온다. 한 눈에도 높이가 40∼50m는 됨 직한 절벽에 개장 전부터 몰려든 관광객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운데 시퍼런 호수도 제법 운치가 있어 흡사 이름있는 산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쉼터와 전망데크에서는 일찍 온 관광객들이 이미 호젓한 감상에 빠져 있다.
포천시가 버려진 채석장을 문화관광시설로 꾸며 호평을 받고 있다.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자연 파괴 현장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오히려 관광시설로 탈바꿈 시킨 결과다.
시는 2002년 문을 닫은 채석장의 원상회복을 고민하다 노출된 거대한 화강암 절벽과 십 여년간 샘물이 고여 이뤄진 호수를 활용해 조각공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시는 디자이너 등 9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기본계획을 마련한 뒤 2004년부터 155억원을 들여 9만9,000㎡ 부지에 전시실, 조각공원, 야외공연장 등이 갖춰진 아트밸리를 완공하고 이 달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전체 완공은 올해 말이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시민의 품에 안겨주기 위해서 였다.
시는 당초 조각공원 쪽 노출된 화강암 벽에 각종 부조 등 조각작품을 새겨넣을 계획이었으나 ‘훼손된 자연을 치유’한다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이 널따란 벽은 향후 야외 영화 상영 시 스크린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조각공원을 넘어가면 아트밸리의 중심이라고 할 7,040㎡ 규모의 호수가 나타난다. 거대한 절벽에 감싸 안긴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샘에서 솟아오른 물이 10여년간 고이면서 깊이 20m의 거대한 호수로 탈바꿈했다. 전망 데크에서 내려다 보니 어디서 왔는지 모를 송사리, 피라미들이 헤엄치고 있다.
이 호수 끝에는 소공연장이 있고 양 옆 동산에는 휴게쉼터가 마련돼 한 눈에 절벽과 호수의 절묘한 조화를 만끽할 수 있다.그 뒤로는 라디오 모양의 전시장과 또 다른 절벽을 배경으로 한 야외공연장이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채석장은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사실상 완전한 복구가 어렵다”면서 “형식적인 복구를 하느니 만들어진 절벽을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 아트밸리를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트밸리는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주말이면 100∼200명의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시는 이 곳을 조각, 미술 관련 문화예술의 장으로 가꾸기 위해 주변 1.3㎞에 화랑, 문화카페, 스튜디오, 판매시설 등을 갖춘 예술인의 거리를 조성할 방침이다. 또 진입로가 가팔라 노약자가 이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라 진입로 400m에 모노레일도 설치할 계획이다.
관광객 김기수(45ㆍ서울 상계동)씨는 “채석장을 이처럼 훌륭하게 변모 시키다니 놀랍기만 하다”면서 “그늘 진 쉴 곳이 조금 더 확충된다면 꽤 괜찮은 관광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아트밸리 조성으로 한해 15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연 108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79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ㆍ사진=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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