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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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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

입력
2008.05.1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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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레어드 지음ㆍ황정연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520쪽ㆍ1만8,000원

올해 국제 뉴스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티베트’일 것이다. 중국이 무력으로 재갈을 물린 티베트인의 독립요구 시위가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베이징 올림픽 성황봉송 과정의 수난까지. 티베트는 세 달 가까이 국제 뉴스의 중심에 서있었다.

제목이 선명히 말해주듯 책은 제14대 달라이 라마의 입을 빌려 티베트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가늠한다. 티베트인은 원숭이와 바위 정령이 결합해 태어난 존재의 후손이라는 창조신화, 7세기 당을 위협한 티베트 제국의 황제 송첸 캄포의 위세, 불교의 융성과 제국의 쇠락 등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19세기까지의 역사가 티베트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져 있다면 20세기이후의 역사는 달라이 라마의 삶과 포개진다. 그의 주름에 새겨진 시간은 결국 티베트의 현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그의 삶에 대한 회고는 책 전반부 티베트의 역사보다 생동감 있게 읽힌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한 ‘17개조 협상’과 마오쩌뚱(毛澤東)과의 만남, 국체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 했던 달라이 라마의 인간적 고뇌 등이 담겨있다.

특히 1959년 인도 망명직후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총리와의 일화는 달라이 라마의 풍모와 함께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독립을 꼭 이룰 것이지만 가장 시급한 일은 유혈사태를 막는 것”이라는 달라이 라마의 발언에 네루는 격노한다. “가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독립을 바란다고 하시고는, 바로 이어 유혈사태를 원치 않으시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417쪽).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펼쳤고 30년 뒤인 8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책은 서구 국가가 티베트를 지렛대 삼아 중국의 급성장을 견제하려 한다는 중국의 피해의식 또는 대의명분이 50년 티베트 점령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인민해방군은… 라사에서 200㎞ 떨어진 곳에서… 평화해방에 승복하라고 요구했다. 티베트가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지원을 받고 중앙권력에 도전하는 지방정부라는 중국인의 입장은 여전했다.’(373쪽)

저자는 10년간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시아위크’의 네팔 특파원으로 일하며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책은 97년 11월~2000년 7월 18차례에 걸친 달라이 라마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집필했다. 달라이 라마의 목소리에 의존한 만큼 역사와 인물에 대한 객관적 접근이라 단정 지울 수 없는 저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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